눈물바다

by 정미숙

그림책 마음수업이 있는 날이다. 미영의 가슴은 아침부터 콩닥콩닥 뛰고 있다. 어떤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집에서 나섰더니 교실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본다. 가을바람이 미영의 머리카락을 날리며 얼굴을 간지럽힌다. 미영은 소녀미소를 지으며 그 시간을 즐긴다.


문이 열리며 미소쌤이 들어온다.

"어머나 미영 씨, 일찍 왔네요.'

"네 선생님. 매주 화요일만 기다려지는 것 있죠."

"그래요? 영광인데요."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또 웃는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을까요? 제가 수업을 잘하는 건지 오늘도 결석자가 한 명도 없네요. 강사로써 너무 뿌듯합니다. 기대하고 오셨을 것을 알기에 바로 수업 들어가 볼게요. 오늘 읽을 그림책은 <눈물바다>입니다."


표지에는 노란 피부를 가진 아이가 울면서 웃고 있다. 미소쌤이 질문을 한다.

"겉표지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이가 뭔가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것 같아요."

"피부색이 노란색이라서 더 집중되는 것 같아요."

"눈을 보니 눈물이 바다가 되어서 집, 사람, 물건들이 떠내려가는 게 보여요. 아이가 울어서 세상이 잠기는 게 아닐까요? 근데 왜 아이는 웃고 있는지 궁금해요."

"모두 좋습니다. 계속 볼게요."


미소쌤이 그림책을 끝까지 낭독해 주셨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 수업 방식을 모두 알고 있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


"첫 문장이 인상에 깊었어요. 시험을 봤다.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저희 아들이 시험을 보면 자주 하는 말이라 공감이 되었어요."

다들 웃는다.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가 시험도 망치고, 짝꿍이 먼저 놀려서 자기도 놀린 건데 선생님한테 혼나고, 밥을 남겼다고 엄마한테 혼난 후 자신의 방에서 혼자 우는데 눈물이 바다가 되면서 모두가 바다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아이가 울다가 환하게 웃는 장면에 뭔가 시원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이의 상상력이 귀엽다.


"눈물바다에서 한참 즐거워하던 아이가 마지막에 사람들을 모두 구해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맞다. 아이는 속상하게 했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어 행복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다시 구해준다. 그리고는 빨랫줄에 사람들을 말린다. 아이들은 쉽게 화를 내고 쉽게 용서를 한다.

어른들은 어떨까.


"모두들 다른 캐릭터가 되었는데 짝꿍만 그대로인 걸로 봐서 아이가 짝꿍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 다른 이들은 모두 빨랫줄에 널어두었지만 짝꿍은 드라이기로 몸을 말려준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외치는 한마디. "시원하다 후아!" 이번 그림책은 글씨가 거의 없고, 그림이 대부분이다. 미소쌤이 웃으며 말을 하신다.


"여러분들은 속상하거나 슬플 때 어떻게 하시나요?"

"참아요."

"저는 눈물만 흘리는 타입입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혼자서 울었던 것 같아요."


미소쎔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죠. 아이들은 어떤 가요? 울면서 엄마가 이래서 미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말하면서 우는 것은 자신이 우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숨어서 울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제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울고 싶을 때 울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나는 어떤 일로 운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고 글을 써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감정단어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영이에게 최근 울었던 일이 생각난다. 지독한 냄새,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에 덜컥 겁이 났었다. 내가 미쳤구나 싶어서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고 있다. 나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미영을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서 그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떠올려본다. '두려움, 답답함, 화남, 절망스렁움'이었다.


솜사탕이 말을 꺼낸다.

"저는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남편에게 잠이 안 온다고 했더니 남편이 뭐라는 줄 아세요. 집안일을 덜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나오는 거 있죠. 아이들이 어려서 전업맘을 하고 있으니까 남편이 저를 하대하는 것 같아서 서러웠어요. 남편은 제가 울자, 당황해하며 뭐 그런 걸로 우냐고 하는데 그 말도 화가 나는 거예요. 남편은 말을 어쩜 이리도 밉게 할까요?"


여기저기서 야유소리가 들린다.


"남편도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답니다. 우리가 공부에 관련된 학원은 다니지만 관계를 잘하기 위한 방법들은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는 않습니다. 선진국들은 인성교육에 더 집중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바꿀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타인을 바꾸는 것은 어려워요.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배우셔서 말을 예쁘게 하면 남편들도 따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 연습해 볼게요. 남편이 집안일을 덜해서 잠이 안 오는 거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말하실 건가요?"


"자기는 그렇게 느꼈구나. 근데 그렇게 말하면 나는 많이 속상할 것 같아.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나는 공감받고 싶어서 이야기했을 뿐이야. 다음에는 잠이 안 와서 많이 힘들겠다.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라고 물어봐 줄래?"


맞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화를 내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들에 가시가 있기에 가시로 답을 하는 건 아닐까.


미영은 오늘 수업을 떠올리며 생각해 본다. 나는 얼마나 나의 감정에 솔직할까.

이전 06화알아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