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점

by 정미숙

지난주 미소쌤의 독감으로 수업이 휴강되었다. 미영은 2주 만에 만남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한다.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걸어 본다. 착용감이 좋자,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며 말을 건넨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교실까지 뛰고 또 뛰어간다.


"미영씨, 어서 오세요."

환한 미소로 미영을 부르는 미소쌤을 보며 무언가를 꺼낸다.

"쌤, 이제는 괜찮으세요? 많이 힘드셨죠?"

"네 다행히 많이 아프지는 않았답니다."

"제가 모과차, 생강차를 만들었어요. 감기엔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머나, 이렇게 고마울 수가.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수업 시간이 되자, 모두 조용히 미소쌤에게 집중한다.

"여러분, 지난주 그림책은 읽어보셨을까요? 혹시 제가 없어서 잊고 계셨을까요? 괜찮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어떤 책을 읽어드리면 좋을까 생각하면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밀리의 판타스틱 모자>입니다."


앞표지에는 아이의 모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밝은 표정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미소쌤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으며 그저 그림책을 앞표지, 뒤표지를 보여주신다. 이번에는 책을 펼쳐보며 앞표지와 뒤표지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신다.


우리는 말보다 본 것, 경험한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 미소쌤은 그것을 알기에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신다. 조용히 책을 펼치신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자, 어떤 그림과 글이 와닿으셨을까요?"


"아이가 모자를 사기 위해 모자가게에 들어가 자신의 지갑을 보여주었을 때 직원 아저씨의 행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 지갑은 텅 비어있었지만 아저씨는 좋은 생각을 떠올리며 상자에 모자를 하나 가지고 오시죠. 바로 판타스틱한 모자. 상상만 하면 어떤 크기, 어떤 모양, 어떤 색깔로도 변하는 모자죠. 아이들의 창의력을 막았던 저를 반성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나무의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각자 떠오른 장면들이 있어서다.


"우울한 할머니의 어두운 호수 모자를 보며 밀리가 환하게 웃어주자, 할머니 모자에도 물고기와 새들이 뛰어다니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는 점에 오늘 아침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의 말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다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마지막 엄마의 반응도 기억에 남습니다. 밀리가 엄마, 새 모자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엄마가 어디에 새 모자 하려다가 다시 말을 바꾸며 멋진데 엄마도 갖고 싶구나 하는 말에 엄마의 센스에 감동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했거든요.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며 엉덩이를 때렸던 생각이 납니다."


다들 웃고 있지만 같은 반응을 했을 거란 걸 안다.


"맞습니다. 이 책에 핵심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모자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모자는 우리의 강점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강점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어려우신 분은 그림을 그리셔도 됩니다. 나는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교실 안이 시끌벅적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로 생동감이 넘친다.

미소쌤은 특유의 미소를 띠며 오늘의 수업을 마음속에 담고 계신다.


미영은 조용히 공책을 펼친다.

'나의 강점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꼼꼼하다. 정리 정돈을 잘한다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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