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쌤의 가방은 요술 가방이다. 그림책도 나오고, 풀, 가위, 색연필, 실, 풍선 등 다양한 것들이 가득하다. 오늘은 어떤 그림책을 갖고 오셨을까? 자꾸만 시선이 요술 가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분 오늘은 어떤 그림책을 갖고 왔을지 궁금하시죠? 오늘의 그림책은 <가만히 들어주었어>입니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앞표지에는 한 아이와 토끼가 포옹을 하고 있다.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커다란 글씨로 <가만히 들어주었어>라고 하늘색으로 쓰여 있다.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 느낌은 뭘까?
미소쌤은 천천히 낭독해 주신다.
"어떤 그림이 기억에 남으세요?"
"아이가 만든 멋진 성을 새가 지나가면서 와르르 무너뜨렸을 때 아이가 속상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닭, 곰, 코끼리, 하이에나, 타조, 캥거루, 뱀이 다가와 각자의 방법으로 아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그동안 제가 했던 행동들이라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아이. 친구들이 모두 가버리고 혼자 남아 있을 때 토끼가 다가와 곁에 조용히 함께 있어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는 토끼의 온기를 통해 토끼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 장면에 탄성이 나오네요."
"맞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해결해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저 곁에 있어주기만을 원했을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인 듯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쉽게 판단해서 내 맘대로 해주려고 한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어쩜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때론 어떤 말보다 침묵이 위로가 됨을 다시 일 깨워주네요."
"저는 그림책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솜사탕의 눈물을 조용히 지켜본다. 가만히 들어준다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섣부른 판단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가만히 들어준다.
사랑은 뭘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위로는 뭘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레짐작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질문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상대가 대답을 한다면 그대로 해주면 되고, 대답을 못한다면 기다려주면 된다.
미영은 수첩에 적는다.
'너희가 말하고 싶을 때까지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릴게. 너희가 말을 건네올 때는 온 마음을 다해 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