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by 정미숙

"안녕하세요, 지난주는 각자의 강점을 찾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은데 제 말이 맞을까요?"

모두 함께 환한 미소를 보낸다. 미소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간다.

"좋습니다. 오늘 이 기분 그대로 재미있는 그림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빠, 더 읽어주세요> 함께 첫 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자유롭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아이는 딱 한 권만 더 읽어달라고 하면서 가만히 듣고 있겠다고 하는데 표정이 너무 해맑아요."

"반면 아빠는 이번에 끼어들지 않는 거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표정이 진지해서 웃음이 나옵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도 이런 녀석이 한 놈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잠자리 풍경을 이야기하느라 시끌벅적하다. 잠자리 독서의 중요성을 알기에 많은 집에서 책을 읽어주고 있지만 아이들은 잘 생각이 전혀 없다. 이 그림책도 아마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자, 그럼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소쌤의 목소리는 춤을 추듯 생동감이 넘친다. 순식간에 그림책이 끝났다. 모두들 엄마표정을 지으며 행복해한다.


"어떤 그림이 기억에 남으세요?"


"아빠 닭이 책을 읽어주는데 꼬마닭이 자꾸만 끼어드는 모습에 웃음이 나서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맞아요. 우리 집 꼬마도 저렇게 이야기하느라 짧은 그림책을 1시간 동안 읽고 이야기한 적이 있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이 책을 왜 여러분에게 읽어드렸을까요?"


갑자기 교실 안이 조용하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두 생각에 잠겼다. 쉽사리 답이 생각나지 않는 눈치다. 다시 미소쌤이 말을 이어간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해 보고, 글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기 가득한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고 모두들 무언가를 적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용함을 깨고 미소쌤에 목소리가 들린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찾게 만듭니다. 여러분은 질문을 통해 많은 추억들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 나의 집을 발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먼저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역시 맏언니답게 햇살이 말을 이어간다.


"저희 집의 풍경은 항상 '바쁘게 바쁘게'였습니다. 농사짓는 부모님은 계절마다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랍니다. 먹고사는 것이 훨씬 중요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저희 집은 엄격한 분위기였습니다. 따뜻함 보다는 책임을 중시 여겼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부러웠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들에게는 이런 집을 선물해 줄 수 있기에 매일 밤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저희 집 풍경과 비슷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났습니다."


따뜻함보다 책임감을 강요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알기에 마음이 짠했다. 다행히 아이들에게는 멋진 집을 만들어주는 달팽이가 멋져 보였다.


"저희 집은 너무나 가난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했고,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치열했던 저의 10대, 20대가 생각나서요."


어려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나무를 보며 삶을 통해 단단하게 살아가는 나무가 멋져 보였다. 누군가에게 집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입술을 깨물어본다.


"저는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했고, 공부를 하면서 사랑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가장 어린아이들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보육교사를 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에게 집은 무서움의 장소였기에 모든 아이들이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말에 모두 놀라 어리둥절했다. 항상 밝은 모습이라 곱게 자란 줄 알았다. 사랑이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지 알기에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아파오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입 밖으로 말할 수 있다는 점에 상처가 치유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저희 집은 항상 응원받는 집이었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고, 그래서인지 모두 어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순탄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정에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가정을 선택할 수 없다. 다만 문제를 피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 현명하게 대처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을 뿐이다. 그녀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저희 집도 책을 읽어주는 따뜻함보다는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한 집이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했고, 빨리 취업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지독한 노력 끝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집 하면 떠오르는 것은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따뜻함을 주고 싶었는데 받아보지 못한 따뜻함은 집착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사랑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미영에 말을 듣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에 박수를 보냈다. 미소쌤이 다시 말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사랑표현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배운 적이 없기에 많이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폭력이 대물림되는 가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습득되었을 겁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다만 무지에서 오는 것뿐이죠. 여러분의 집은 달라질 겁니다. 왜? 우리는 어떤 집이 행복한 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느꼈던 부정적 감정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대물림하지 않길 바랍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웃음 가득한 집을 만드는 여러분이 되길 응원합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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