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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17. 2024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생애 최고의 경험 어둠 속의 대화

10월 16일 부모또래상담자 활동으로 '어둠 속의 대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빛이 사라진 공간에서 시각 이외의 감각을 활용해 진정한 소통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오직 상상만으로 여행의 공간이나 모습,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탄롯데백화점 7층으로 향했다. 도착해 선생님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첫 타임(10시)으로 들어가는 우리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체험시작 10분 전 안내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체험하는 100분이 녹화됩니다. 모든 전자기기와 물건은 사물함에 넣어두세요. 빛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볼 수 없기에 안경이 필요 없으니 안경도 넣어주세요. 어둠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스틱을 하나씩 나눠드리겠습니다. 사선으로 사용하지 마시고 항상 직각으로 세우셔서 사용해 주세요. 자, 어둠 속의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하얀색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빛이 사라졌다. 오직 안내자의 목소리만 들린다. 어둠 속에서 나도 모르게 손으로 주변을 살펴본다. 손바닥에 차가움이 느껴지고, 울퉁불퉁한 표면이 닿는다. 여기는 어디일까? 안내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어떤 공간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학교 앞요."

"담벼락에 서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말할 때마다 장소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며 학교와 담벼락이 보인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안내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왼손으로 벽을 만지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앞사람과 줄을 맞춰서 걸어가자, 손에 닿는 느낌이 달라졌다. 부드럽고, 온도도 올라간 듯했다. 잔잔한 음악이 들려온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왠지 카페일 것 같아요."

"부드러운 카펫이 깔여있는 거실요."


각자 떠오르는 공간을 이야기해 본다. 잠시 후, 불이 켜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커다란 그림이 보인다. 여긴 미술관이다. 그림 속에는 두 명의 아이들이 숲 속을 달리고 있다. 다시 불이 꺼지면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어둠 속 여행을 함께할 로드 마스터 제이입니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 팀명을 정해서 이동해 보겠습니다."

"부모또래 절대동안으로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이름은 한 글자씩으로 불렸다. '부님, 모님, 또님, 래님, 절님, 대님, 동님, 안님,'


어둠 속에서는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안내에 따랐다. 다음 장소에 도착했다. 어디 일지를 알아차리기 위해 청각, 촉각, 후각을 이용해 상상해 본다. 물소리가 들린다. 시원하다. 어둠 속에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는 것 같다. 어느 폭포아래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직 나의 상상만으로 그려지는 공간이다. 각자 생각했던 공간을 이야기하는 모습 웃음이 나온다. 상상이 이렇게 즐거운 줄 미처 몰랐다.


"왼쪽벽을 손으로 잡고 세 걸음 걸어가 보겠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앞사람과 닿은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어둠속이 무섭지 않았다. 뒤에 선생님이 느껴지지 않았다. "래님 어디세요?" "또님" 우리는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서로를 찾았다. 그리고 손이 닿는 순간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걸었다. 로드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의지하며 이동하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다.


살면서 이와 같은 경험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둠 속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우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세상에 같은 목소리는 없다. 내 뒤에 래님의 손을 잡으며 손이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편견 없이 알 수 있었다. 잠시나마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을 사용해 보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과 마주해 본다.


 100분이라는 시간이 끝났다. 로드 마스터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뭐든 답변해 주기로 했다.

"로드 마스터님은 공간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저희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아셨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특수 안경을 쓰신 거죠?"

어둠 속에서 로드 마스터님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는 어떤 안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아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 했던 경험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길 바랍니다."


예상밖에 대답을 들은 우리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시각장애인이면 불편하고 불행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주는 순간이었다. 시각장애인은 누구보다도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8명의 선생님들 후기


어떤 빛보다 따뜻한 어둠이었습니다.
선생님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아이에게 든든한 로드마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 이면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큰 세상이 존재함을 알았습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해서 너무 의지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손이 이렇게 따뜻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후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160여 개 지역에서 1200만 명 이상이 경험한 국제적인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100% 어둠 속 세상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시와 퍼포먼스가 접목된 'Exhi-Performance'라는 신개념의 종합예술로 진화하였습니다.


한국에는 동탄점과 북촌점 두곳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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