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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삶이 달라진다

하루동안 느낀 감정들

by 정미숙

새벽 5시 [생기발랄 무한대 북클럽] 모임이 있는 날이다. 멤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고 휴대폰을 열었다. 미확인 중인 카톡이 2개가 있다. 카톡을 열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시는 분들께 먼저 가본 길을 코칭해 드렸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며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커피쿠폰을 보내셨다. 따스한 마음에 새벽의 차가운 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만 감돈다. 감사함에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


창밖을 보니 첫눈이 내리고 있다.

멍하니 내리는 하얀 눈을 감상했다.


누군가의 평범한 삶이 글쓰기를 통해 특별한 삶이 되어가고 있다. 행복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들이 글을 쓰면서 모두 글감이 되었다.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자세히 기록했다. 기록한 것들은 글감노트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다 어느 날 탄생의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글감노트에는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는 글감들이 가득하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 글쓰기를 우리는 왜 하는 것일까? 바로 삶이 풍성해지고 생동감이 넘치게 되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내린 눈은 멈출 생각이 없다. 학교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하여 등교시간을 늦췄다. 학교를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짠하다. 40분쯤 뒤 어렵게 등교한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들이 어제 4시간 만에 퇴근을 하고, 오늘은 출근을 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아이엠스쿨을 통해 4시 20분 하교를 12시로 변경했다.


맘카페에 들어가 보니 근교 학교들은 모두 휴교를 하고 두 학교만 등교를 했다. A학교는 8시에 연락을 한 후, 자율등교를 안내했다. B학교는 9시 44분에 늦은 안내로 자율등교를 전했다. 덕분에 교장선생님은 많은 엄마들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눈을 뚫고 학교에 간 아이들이 걱정되고, 속상했을 엄마들의 마음이 화라는 1차적인 감정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서울, 경기에는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남편도 녹녹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관련 업체에서는 컨테이너가 무너져 제품이 망가져 제품출고가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평온하던 일터에 느닷없이 내린 눈으로 인해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바쁜 마음에 운전을 하고 업체로 나가보지만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신호등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신호를 잘못 보고 달려오는 차를 가까스로 피하며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른들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동안,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만킥하고 있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행복한 웃음소리를 냈다. 강아지들도 눈이 오자, 기분이 좋은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모습에 두 세계를 몰래 엿보고 있는 기분이다.


어릴 적에는 아이들처럼 눈이 좋았다. 어른이 되자, 이제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빙판길이 되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


퇴근한 남편의 손에 제법 큰 상처가 있다.

"못 보던 거네. 무슨 일 있었어요?"

"실은 오늘 업체 갔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조금 다쳤어요."

"괜찮아요? 병원은 다녀왔어요?"

"너무 바빠서 갈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혹시 부러졌을까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았어요."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남편에게 내일 꼭 병원에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 모든 일들은 하루 만에 일어났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들이지만, 글을 쓰면서 그때의 마음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새벽에는 설레다, 기쁘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오전에는 짠하다, 걱정되다, 속상하다, 안쓰럽다, 불안하다

오후에는 즐겁다. 활기차다, 순수하다

밤에는 놀라다, 속상하다, 다행이다


하루동안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글은 내 삶을 조금 떨어져서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가장 아팠던 순간을 떼어내서 다시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하고, 가장 소중한 시간을 떼어내서 마음껏 즐기기도 한다.

쓰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의 삶이 행복하다면 행복한 감정을, 당신의 삶이 힘들다면 힘든 감정들을 쏟아내면서 당신은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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