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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좀 어떻게 안될까요?

솔직한 진단과 처방

by 정미숙

단발에서 중단발이 되자, 곱슬머리가 심해졌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만 매달 새치염색으로 머릿결이 많이 상했다. 고민 끝에 뿌리염색이라도 가능할까 싶어 미용실을 방문했다. 원장님은 머리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시더니 말을 꺼내셨다.


“고객님, 지금 상태에서 파마하시면 컬이 안 나오실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앞머리펌만 하고 살짝 머리숱을 치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면 조금 가벼우실 것 같거든요. 길이는 지금과 변함없습니다.”


한 번도 앞머리펌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솔직히 뒷모습은 잘 보이지 않아서 곱슬머리 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헤어라인의 심한 곱슬머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나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집어내는 원장님에게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원장님, 좋은 방법인데요. 그렇게 해주세요.”


원장님의 빠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머리가 가벼워졌다. 이후 앞머리펌이 이어졌다. 1시간쯤 지나자 중화 과정을 거친 후 샴푸를 했다. 다시 한번 원장님의 가위질이 이어졌다. 살짝 드라이한 머리는 가벼워 보이면서 상큼하기까지 했다. 몇 번이고 원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샴푸 향기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기분 전환 제대로 했다. 이 맛에 미용실에 가나 보다.


언제나 방법은 있다. 다만 찾지 않았을 뿐이다. 혼자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때론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뭔가 고민되는 점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고 있지 말고 누군가에게 가볍게 이야기를 해보자.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싶었지만, 머릿결이 상해 거절을 당하던 나는 우연히 방문한 미용실에서 원장님의 조언으로 문제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이 이와 비슷하다.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눈이 없을 뿐이다.


이럴 때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책에서든 사람에게서든 아니면 어떤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살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방법을 찾기 위해 뇌는 열심히 고민하며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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