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12월이 되었다. 가장 빨리 가능한 날짜로 예약했다. 며칠 뒤 건강검진센터에서 일반검진(신체계측,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사진)과 암검진(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유방촬영, 간초음파, 자궁도말검사 등)을 했다. 직장에서 용종이 2개 있었다. 다행히 의사는 선종 같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일주일 뒤 병원에 방문했는데 의사가 차트를 보면서 딱 3가지만 기억하라고 했다.
"첫째,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균의 감염은 위암 발병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처음이시고 하니 항생제를 14일 동안 먹고 검사를 하시면 됩니다. 그때 괜찮으시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둘째, 유방에 미세석회화가 있습니다. 유방확대촬영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셋째, 빈혈이 있으므로 철분이 풍부한 식단으로 잘 관리를 해주셔야 합니다."
매년 '괜찮습니다'란 말을 듣다가 갑자기 많은 증상들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의사에게 어떤 병원이 좋을지 추천을 받았다. 의사는 대학병원보다는 개인병원을 말씀하셨다.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 A병원을 알려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A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유방확대촬영기기가 없다며 B병원을 소개해 주셨다. 다급한 마음으로 병원 예약을 하고 싶었으나, 올해는 예약이 불가하다는 말을 하며 직접 방문해서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을 수 있음을 안내받았다.
두근두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유방미세석회화 군집성은 암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설마 또 암은 아니겠지.' 하며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주어진 일들을 해냈다.
B병원에 유방확대촬영, 초음파, 엑스레이를 다시 촬영했다. 의사는 한참만에 나를 불렀다.
"환자분, 지금 보시는 것처럼 미세석회가 모여있습니다. 이것은 암일 경우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을 해 보셔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입체정위 진공보조 유방생검술(Stereotatic Vacuun Assisted Breast Biopsy)로 그 부위에 조직은 떼어내서 검사를 하는데 비용이 220만 원이고, 입원 시 추가금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무슨 검사가 이렇게 비쌀까? 갑자기 스쳐가는 광고가 떠올랐다.
"이 검사가 지금 꼭 필요한가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새로 나온 검사방법이라 가격이 비싸지만 바늘을 찔러서 하는 것이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검사하시기를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우선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 다녀오고 더 복잡해졌다.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 심란한 마음과 함께 병원 추천을 부탁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개인톡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낯선 사람들의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글 속에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조정훈 외과
예약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는 그곳에서 왜 검사를 하지 않았냐고 했다. 다시 확인해보고 싶다는 말에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며 그녀가 건넨 말,
"걱정 마세요, 가장 유능하신 분으로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미세석회가 있다고 모두 암이 아니니깐 미리 걱정하시지 말시고, 예약된 날짜에 뵙겠습니다."
의무적으로 받던 A병원과 다르게 간호사의 다정함에 이 병원이 마음에 들었다.
의무기록과 영상기록을 제출했지만, 모든 병원은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한다. 그래도 괜찮다. 다른 결과라면 말이다. 젊은 4과 의사는 꼼꼼하게 보고 또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환자분 지금 보이는 곳이 유방입니다. 여기에는 유선이 보이고, 이곳은 갈비뼈입니다. 유방에 이물질이 많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미세석회가 다른 곳에도 있지만 이렇게 한 두 개 있는 것은 괜찮습니다. 여기 군집되어 있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제가 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의사의 확신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지나간다. 의사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AI진단도 하고 있습니다. AI는 환자분이 암일 확률을 7%로 봅니다. 결과는 참고만 하고 제가 보는 소견은 2~3%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1년 뒤 검사를 했는데 미세석회가 일정하게 붙어있거나 하면 그때는 검사를 하겠습니다. 지금은 불필요한 검사입니다. 하는 것은 쉽지만 환자분이 이후 힘들어질 수 있으니 지금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몇 차례에 걸쳐 감사인사를 전했다. 간호사도 잘됐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낯선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유방촬영을 8년 동안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건강검진을 받았던 곳에 해당 기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검사만 빠질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두려움에서 안심으로 전환되는 데 정확히 일주일이 걸렸다.
미세석회화가 발견된 경우 매년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을 하는 것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