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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Feb 13. 2023

나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나는 시간의 주인으로서 살기로 했다

2021년 어느 봄날. 우연히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평소였으면 다시 잠을 청했을 텐데. 그날은 달랐다. 거실 밖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이 이렇게 예뻤나.’ 멍하니 식탁에 앉아 바깥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커피를 한잔 타서 다시 식탁에 앉았다. 멜론을 열어 이루마 음악을 틀었다.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

나만 존재하는 세상.


커피를 내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진한 커피 향과 거실밖 풍경을 보았다.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도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들이 깨기 위해서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책장으로 다가가 책 한 권을 꺼냈다. 백영옥의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어릴 적 앤을 참 좋아했다. 앤이 묘사하면 평범한 것도 특별해졌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내는 점이 유독 좋았다. 어릴 때는 앤의 관점에서 다가오던 말이 이제는 엄마의 관점으로 다가온다. 가족들이 일어나전까지 쉼 없이 읽고 또 읽었다.


그날 이후 나에게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에 혼자 문을 열고 나오는 횟수가 늘었다. 거실에 앉아 커피를 한잔 내려 창가 근처에 앉아 아무 글이나 끄적였다. 남편이 출근을 위해 방에서 나온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잘 잤어?"라는 말에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침부터 아내의 따뜻한 눈빛이 좋다. 남편은 웃으며 말을 건넨다.

“무슨 좋은 일 있어.”

“글쎄 오늘은 기분이 좋네. 봄이라서 그런가. 우리 집 거실 풍경 너무 예쁘지 않아.”

남편도 거실 풍경을 본다.

“우리 집 숲세권이잖아.”




그렇다. 내가 아프고 나서 집 구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조용하고, 근처 산이 있고, 걸을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그렇게 2년마다 이사를 하다 지금의 집을 만났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 산책로가 있는 곳. 조용한 곳.

창가에 원목 티테이블을 놓았다.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면 어느 카페 부럽지 않다.


나만 존재하는 시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새벽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매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새벽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매일 보며 특별한 새벽여행을 즐겼다. 새벽공기의 차가움이 좋았다. 새벽의 어둠은 밤의 어둠과 달랐다.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고, 밤은 하루의 마무리라서일까.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인데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누구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진다. 어떤 사람은 24시간을 12시간처럼 쓰고, 어떤 사람은 48시간처럼 쓴다. 나는 시간의 주인으로서 살기로 했다. 내가 시간이 주인이 되자, 쫓아가던 삶에서 주도하는 삶이 되었다. 이끄는 삶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를 했다.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을 보내주었다.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각자의 장소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을 보며 나도 내 삶을 더 소중하게 대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변화하고 싶은가
그럼 내가 꿈꾸는 사람들 곁에 있어라.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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