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되고 처음 학부모 총회를 간다.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일자청바지에 검은색점퍼를 입었다. 오전에 가야금 수업을 하고 오후에 총회에 갈 예정이다. 김 선생님께 질문을 해 본다.
“선생님, 오늘 학부모 총회날인데 이렇게 입고 가도 될까요?”
선생님은 나를 훑어보시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셨다.
“담임 선생님이 몇 살쯤 되셨나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이말로는 나이가 있다고 하십니다. 쉰 살은 넘은 듯합니다.”
“그럼, 옷을 갖춰 입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첫인상이 중요하잖아요. 청바지에 점퍼는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다시 집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네 언니와 부딪혔다.
“언니.”
“어머, 어디가?”
“학부모 총회요.”
“음악회라도 가는 줄 알았지?”
“제가 너무 과했죠.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다 가장 괜찮은 옷으로 입었는데.”
“아니야. 아주 좋아.”
언니는 엄지 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며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나의 복장은 깔끔한 남색 원피스에 짧은 7부 재킷을 걸쳤다. 이보다 더 단정해 보일 수 없다. 자칫 수녀님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로 심플하다. 검은색 구두에 갈색 미니 가방을 코디했다.
정문에 들어서다 같은 반 엄마를 만났다.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 엄마의 시선은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고 있었다. 아, 내가 너무 과했구나. 후회도 잠시 다른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엄마들의 시선은 나의 패션을 훑느라 바빴다.
3월의 가장 큰 행사는 학부모 총회다. 코로나로 한동안 줌으로 학부모 총회가 진행되었다. 4년 만에 처음 가는 학교라 설렘 가득이다. 이번엔 6학년 엄마답게 3가지만 준비했다. 첫째, 뿌리 염색으로 젊어 보이게 한다. 둘째, 붉은색 립스틱으로 생기 있고 밝은 인상을 준다. 셋째, 세미 정장에 최애 운동화 라코스테를 신었다. 나름 꾸미지 않은 듯하며 내추럴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교정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옷차림과 갓 미용실에서 나온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분명 1학년 엄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5년 전 내 모습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이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옷을 사고, 머리를 했을 엄마들. 아이를 향한 엄마의 찐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온전히 내 아이를 위해 찾아온 엄마들의 뒷모습이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오랜만에 교정을 거닐며 1학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떠올려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