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 이리 컸을까. 5년 전 겨울, 남편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심하게 다쳤었다.
이번엔 괜찮을까.
20대 초반에 라식수술을 한 이후 야간 운전이 힘들어졌다. 어두움 속에 최대한 눈을 크게 떠보지만 빛반사가 심하다. 맞은편에 차가 온다. 눈을 가늘게 뜨며 집중한다. 긴장을 놓치는 순간 차선이탈이다. 한 시간쯤 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최가을 씨 보호자입니다."
"열 체크하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지금 엑스레이 찍으러 갔습니다."
열은 37도 정상이다. 잠시 후 응급실 문이 열렸다.
"최가을 씨, 보호자분"
대답과 함께 달려갔다. 안내에 따라가니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있다.
"최가을 씨, 보호자분 가까이 오셔서 보세요. 보시면 뼈가 완전히 부러진 게 보이시죠. 수술하셔야 합니다. 우선 입원수속 밟으시고 기다리시면 병동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남편을 볼 수 있을까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여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남편은 고통스러워한다. 손을 잡아주자 안도의 미소를 살짝 보인다. 그것도 잠시 통증을 견디기 힘든지 연신 몸을 비틀고 있다.
"수술하면 괜찮대. 이만하기 천만다행이야."
의사 선생님은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할까 아님 서울 대학병원으로 갈까. 보호자가 된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을 결정해야 한다.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하지만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항상 병원에 누워 있던 사람은 나였다. 반대의 입장이 되자, 매 순간 힘든 결정을 내렸을 남편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결정 후 남편에게 생각을 전했다.
"여기서 수술해도 좋지만 뼈가 많이 부서졌다고 하니 대학병원이 더 나을 것 같아. 당신 하루 더 참을 수 있어. 알아봤는데 내일 수술해도 괜찮대."
남편은 고통을 참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온전히 나를 믿는 눈빛으로.
당신이 나의 세 번에 수술을 지켜준 것처럼 이번엔 내가 당신의 보호자가 될게.
끝없는 삶의 갈림길에서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조금 더 옳은 쪽으로 더 사랑하는 쪽으로 - 박노해 시인 < 걷는 독서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