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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r 27. 2023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사랑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암 판정 후 첫 번째 수술하던 날. 병실에서는 긴장감이 맴돈다. 개복수술을 하고 올라온 환자는 밤새 통증과 싸워야 했다. 무통주사를 맞아도 잠시뿐 찢어질 듯한 통증은 모든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앓았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앞에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새댁 정말 미안한데. 제발 남편 좀 데려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나는 어르신의 얼굴만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우리가 어제 한숨도 못 잤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 나와 다르게 건너편 어르신은 쉽게 말을 잇지 못하셨다.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실은 남편이 코를 너무 심하게 골더라. 우리가 오죽하면 말을 꺼낼까. 미안해.”

어르신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해하셨다.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네 힘드셨죠. 밤엔 집에서 자게 할게요.”

어르신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나에게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자장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남편은 아내의 간호를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써야 했다.




평생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엄마의 팔이 견디지 못하고 망가졌다. 회전 근개 4개가 모두 끊어졌다. 엄마는 급하게 수술을 하셨다. 바쁜 자식들은 시간을 뺄 수 없었다. 아빠가 간호를 하시기로 결정했다. 근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통화 가능하니?”

“네 가능해요.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 아니라 아빠 좀 모시고 가면 안 될까?”

이게 무슨 말인가. 엄마를 간호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셨는데 아빠를 집에 모시고 가라니.

“엄마 병원에서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 아니라 아빠 코골이 때문에 병실에서 민원이 들어왔어. 내가 뭐라고 하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아빠에게 한 마디씩 하니 속상하네.”

그렇게 아빠는 엄마의 병실에서 쫓겨났다.




언니가 다리 수술로 입원했다. 오빠는 언니의 간호를 하기 위해 병원에서 밤을 새웠다.

병실 사람들이 다가와 한 마디씩 한다.

“제발 남편 좀 데려가면 안 될까?”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한 언니 동공만 커질 뿐이다.

“아니 우리가 밤새 잠을 못 잤어.”


왜 못 잤을까. 언니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빠는 심각한 이갈이를 한다. 밤새 뽀드득 소리에 환자분들은 고통스러운 밤을, 섬뜩한 밤을 지새웠다.

언니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함과 죄송스러움에 계속 사과했다. 오빠는 그렇게 언니의 병실 떠나야 했다.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남편들.

닮다 닮다 이제 이런 것들도 담는 무서운 가족이다.

코골이와 이갈이를 같이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함이 두 배일지 모르겠다. 한 가지만 하는 우리 가족이 왠지 인간미가 느껴 웃음만 난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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