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Mar 13. 2023

책상은 곧 나의 세계다

너는 무조건 위로하고 응원했다

 삶을 돌이켜보니 책상이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린 시절 방 한 칸에 여섯 식구가 살았을 때에도 나는 작은 상을 펼쳐놓고 ‘내 책상’이라는 글씨가 쓰인 종이를 붙여 두었다. 왜 나는 이렇게 책상에 집착했을까 아니 좋아했을까. 언니, 오빠들이 책상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였을까.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책상에서 끄적이는 것을 즐겨 했다. 매일 밤마다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일기를 쓰면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했다.


 2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서울 상경했을 때도 내 곁에는 책상이 있었다. 컴퓨터와 프린트기를 함께 놓을 수 있는 멀티 책상이다. 이 책상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첫 월급으로 산 책상이다. 지금도 멀티 책상은 우리 집에 있다. 낡았지만 버리기에는 나와의 추억이 많은 특별한 녀석이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프린트기를 올려놓고 쓰고 있다.



 결혼 후에도 책상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책상에서 육아일기를 쓰며 웃고, 투병일기를 쓰면서 울었던 곳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민하고 생각했던 곳이 책상이다.


지금은 더 넓은 책상이 생겼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의 꿈을 향해 매일 앉는 곳이다. 책상에 앉으면 공부하는 엄마, 글 쓰는 엄마, 강의 준비하는 엄마가 된다. 신기하게 다른 곳에서는 집중이 잘되지 않는데 책상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누가 마법의 가루를 뿌려놓은 건가. 인간은 재미있고, 흥미 있는 것을 더 자주 더 많이 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책상에 앉는다.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곧 미래임을 알기에.




 남편이 아이에게 묻는다.

"엄마 못 봤니?"

"엄마는 부엌 아니면 책상에 있잖아요."

아이의 대답에 웃음이 난다. 맞다. 주방 안쪽에 아이가 쓰지 않는 학교 책상과 의자를 두고 요리를 하다가 그곳에 앉아서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며 틈새 독서를 한다. 또 좋아하는 드라마 시청을 하면서 행복해한다. 엄마가 된 후 진득하니 앉아서 뭔가를 하기 어려워서인지 집안 곳곳에는 테이블을 두었다. 기분에 따라 어디든 앉아 나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집에는 다양한 크기와 높이가 다른 테이블과 책상이 7개가 된다. 아이도 엄마를 닮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미생활을 한다. 때론 커피숍에 온 듯 세팅하고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거실 숲 풍경을 만끽한다.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것은 어쩌면 다양한 테이블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상이 어떤 여행 못지않은 기쁨을 선사한다. 어떤 것이든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은 나를 더 풍성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작은 책상을 통해 엄마들의 잊고 있던 꿈이, 아빠들의 꿈이 다시 꿈틀 되길 바란다. 꿈은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갈 거다.



사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과 추어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