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Mar 20. 2023

삶에 정답은 없다

오늘을 살아내면 내일도 살아낸다

매 순간 주어진 일을 해결하며 살아간다. 엄마로서 아이의 건강과 공부를 챙겼다. 아내로서 남편의 근황을 살폈다. 남편의 표정이 어둡다.

“요새 얼굴이 어둡네. 무슨 고민 있어?”

“없어.”

남편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요즘 부쩍 표정이 어둡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 갱년기가 온 건가 싶게 사춘기 초기인 아이와 자주 부딪힌다.

“언제든 말하고 싶으면 이야기해 줘.”

말없이 남편이 고개만 끄덕인다. 40대 중반이 되자 남편은 삶에 회의가 오나 보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결과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이 맞는 건가 혼란스러워 보인다.




퇴근길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밤 맥주 한잔 어때?”

“좋아.”

남편과 잔을 채우고  한 모금 들이킨다.  남편이 말을 꺼낸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항상 똑같을까.”

“갑자기 살아온 것들에 대해 회의가 드는구나. 당신 열심히 산 거 내가 다 봤어. 지금 당장은 똑같아 보여도 분명 우리 많이 나아졌어. 자기 그거 기억 안 나?”


“있잖아, 처음 신혼집 구할 때 계약금의 10%를 내야 하는데 그걸 몰라서 마음에 들었던 집 계약 못했잖아. 그때 우리 참 순수했잖아.”

남편이 웃는다.

“이후 신혼집 구하느라 부동산이라는 부동산은 다 돌아다녔잖아. 그러다 다 포기하고 들어간 부동산에서 8000만 원짜리 집을 보여 주었잖아. 마음에 들어서 6500만 원 해주면 바로 들어간다고 했지. ”

“그때 1500만 원이나 깎아 줄지 상상도 못 했잖아.”

“우리 15평짜리 집에서 진짜 행복했다.”


과거를 회상하자 우리는 금세 행복해졌다. 가진 것 없이 어렵게 시작했던 그 시절.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던 시간. 우리 집이라는 생각에 하나에서 열 가지 다 우리 손이 닿았다. 집주인아저씨는 우리가 꾸며 놓은 집을 보며 흐뭇해하셨다. 딱 신혼집 같은 꽃향기가 나던 우리만의 공간. 어디를 보아도 우리 손이 닿았던 그 작은 공간이  좋았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했다. 월급은 꼭 필요한 부분 빼고는 무조건 모았다.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으면 주말 알바를 해서 받은 돈으로 즐겼다. 우리는 밤 10시가 되어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말에 악착같이 살았던 시간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변화가능하다. 우리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돈을 모으기로 했다. 아이에게 보다 편안한 삶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렇게 15평에 시작했던 우리는 지금 30평에 살고 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자, 돈도 기회도 자연히 따라왔다. 아이도 우리가 딱 원하던 시기에 왔다. 인생은 조급해하지 않고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낸 것처럼.





사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학부모 총회 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