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May 29. 2023

택시 기사의 말

손님은 모르는 이야기

작년 겨울 남편이 사고를 당해 급하게 친정 부모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셨다. 혼자 지낼 손녀가 걱정되어 일주일가량 함께 지내셨다. 크리스마스 날 장도 보고, 손녀의 선물도 살 겸 홈플러스를 가신다며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셨다. 카카오 T로 콜택시를 불렀다. 홈플러스에 도착하신 부모님이 전화를 하셨다.


"홈플러스가 쉬는 날이란다."

"그럼 내리지 마시고 타고 온 택시로 하나로마트로 가세요."

장보기를 끝낸 부모님은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셨다. 아무리 콜을 호출해도 잡는 택시가 없다. 기다리던 아빠는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셨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려고 하셨다. 빈차의 택시들은 아빠가 손을 흔들면 더 빨리 쌩하고 지나갔다. 추운 겨울 밖에서 고생하는 부모님과 아이가 걱정이 되어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모두들 크리스마스 여행 중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편이 수소문한 끝에 한 명의 형과 연락이 되었다. 덕분에 부모님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부모님은 사람이 못 살 동네, 차가 없으면 살기 불편한 동네에 살고 있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셨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야시장이 열렸다. 카카오 T로 택시를 불렀다. 3분도 안되어 택시가 잡혔다.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가는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 동네는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택시요. 이 정도면 잘 잡히는 겁니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날 부모님이 택시를 못 잡아서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1시간 동안 콜을 받지 않아서 지인을 통해 겨우 집에 오신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고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콜한 근처에 택시가 없고 멀리 있어서 콜을 안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님이 갈 거리는 2km인데 택시가 오는 거리가 3km라면 당연히 콜을 받지 않습니다. 기사입장에서는 손해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외곽에 있는 아파트 경우엔 더욱 쉽지 않죠. 빈차로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럼 지나가는 빈차 택시들은 왜 태워주지 않는 걸까요?”

“기사입장에서 어떤 손님인지 정보가 없으니 불안해서 태울 수 없는 겁니다. 요즘 워낙 사건사고가 많지 않습니까. 혹여 태웠다가 대신 혼날 수도 있고, 술 취한 고객이라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카카오 T로 들어온 고객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기사의 안전, 고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거죠.”


“30분이 지나도 콜이 안 잡히는 경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30분째 계속 콜이 들어오는 경우라면 도착해서 손님에게 혼나는 경우가 100%입니다. 기사들이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리가 멀다면 모르겠지만 가까운 거리를 가는 경우라면 더욱더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택시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다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차가 없으면 너무 힘들다. 추운 겨울 짐을 들고 걸어올 수도 없는 상황이니 답답함만 커질 뿐이다.


이후 부모님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을 자주 이야기 하신다.

“무슨 동네가 택시가 안 잡히던지 불편해서 못살겠더라. 우리는 집 앞에만 나가도 택시정류장이 있어서 편하게 택시를 탈 수 있는데 그 동네는 너무 심. 무조건 차가 필수인 동네야.”

이야기를 마친 아빠는 혀를 쯧쯧 차시며 딸이 사는 동네를 안타깝게 여기신다. 단점도 장점으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곽에 살고 있어서 좋은 점은 조용하고 숲이 바로 뒤에 있어 공기가 좋다. 암 환자였던 나에게는 적합한 동네다.





사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무서운 자연재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