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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y 25. 2023

감정은 일시적이다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해결된다

여행지에서 안타까운 모습을 접했다. 젊은 엄마가 카페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야?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이에 두 팔을 잡고 젊은 엄마는 윽박지르고 있었다. 아이는 떠나갈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어림 보아 7살에서 초등저학년 정도로 보인다. 옆에 있던 아빠는 사람들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하며 아내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제발 그만해.”


어떤 일로 아이를 저리도 무섭게 혼내고 있을까. 여행지에서 무차별하게 당하고 있는 아이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궁금증만 커져갔다. 다가가서 말릴 수도 그냥 모른 척하며 들어갈 수도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모두들 같은 마음인 듯 발걸음이 느려졌다.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이봐요. 애기엄마.”


정신없이 아이를 잡고 있던 젊은 엄마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할머니가 다시 한번 말을 한다.  


“애기엄마 그만해요. 아이 얼굴을 좀 봐요.”


젊은 엄마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아이의 얼굴을 본다. 젊은 엄마는 아이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빠가 다가와 아이를 데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젊은 엄마를 토닥이며 야외 의자에 앉았다.


“엄마 되는 것이 쉽지 않죠.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어린것이 얼마나 놀랐을까.”


젊은 엄마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젊은 엄마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할머니. 아이가 카페에서 뛰다가 컵이 깨졌어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어른들을 피해 1층으로 내려와 혼냈는데. 여긴 사람들이 더 많았네요.”


할머니가 젊은 엄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한참을 울고 난 젊은 엄마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이고 나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아이가 많이 놀랐을 텐데 아이한테 사과해요. 엄마가 화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아이도 속상함이 덜해요. 우리는 모두 부족한 사람이랍니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못할 소리, 행동들을 많이 했죠. 지금은 그때 일 때문에 속상했다는 쉰이 넘은 아이들에게 매일 사과해요. 미처 알지 못해서 했던 행동들이라고 엄마도 너무 어려서 몰랐다고 말이죠. 실수는 누구나 해요. 다만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믿을 수 있는 존재잖아요.”


젊은 엄마는 감사인사를 전하고 심호흡을 한 뒤 아이를 만나러 갔다.

진짜 어른은 잘못된 상황을 보고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답게 다가가는 거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할머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슬픔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감싸는 모습에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다란 생각이 든다.  따뜻한 온기가 올라온다.



감정은 일시적이다.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해결된다.



© caleb_wood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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