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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참 좋다 2

모녀 추억을 담다_강릉 단오제

by 정미숙

단오를 언제 갔을까. 맞다. 2011년 겨울이를 임신하고 갔었다. 하교한 겨울이가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딸.”

“엄마, 배고파요. 간식 주세요.”

아이들은 분명 점심을 먹고 하교를 하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은 똑같다. ‘배고파요. 간식 주세요.’ 준비한 산딸기와 우유를 주면서 곁에 앉았다.

“엄마, 산딸기 너무 맛있어요. 어디서 샀어요?”

“한살림.”

“또 사주세요.”

아이가 어찌나 잘 먹는지 해야 할 말을 잊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겨울아, 우리 체험학습내고 둘이서 놀러 갈까?”

“어디로요?"

“조금 있으면 단오잖아. 강릉 어때?”

“뭐 학교 빠지면 저야 좋죠.”

겨울이 좋다는 말에 강릉단오제 프로그램을 검색해 본다.



아침 9시에 단오장에 방문했다. 이른 시간이라서 일까. 한산해서 좋았다. 먼저 스탬프 랠리를 하기로 했다. 남대천을 오가는 다섯 개의 다리를 오가며 오복을 담은 기원부적에 소원을 빌고 스탬프를 찍으면 단오럭키박스를 받을 수 있다. 제일 먼저 성취의 섶다리를 건너면서는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기원했다. 건강의 창포다리를 건너면서는 건강하게 오래 함께 하길 기원했다. 대박의 남산교를 건너면서는 하고자 하는 일들이 대박 나길 기원했다. 행복의 잠수교를 건너면서는 소소한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길 기원했다. 마지막 사랑의 월화교를 건너면서는 항상 사랑 주고받으며 살자고 이야기를 했다. 날씨가 좋다 못해 햇살이 따갑다. 단오장에서 5천 원에 양산을 하나 샀다. 작은 양산이 그늘을 만들어줌에 놀랍다. 간간히 부는 바람은 엄마와 딸을 행복하게 만든다. 더위를 식히고자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겨울이는 자몽에이드를 마시며 걷고 또 걸었다.


전수교육장으로 이동해 단오해설을 신청했다. 해설사님은 교육을 이수한 지역 주민이다. 배운 것을 지역에 나누는 모습에 감사했다. 단오에서 빠질 수 없는 3요소는 제례, 굿, 관노가면극이다. 추가로 하나를 더 들자면 역시 난장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경험한 만큼 느낄 수 있다. 설명을 듣고 다시 왔던 길을 떠올려본다. 지금부터 진짜 단오여행 시작이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물건들로 북적북적했다. 겨울이는 풍선 터트리기를 했다. 한판에 5개다. 던지기만 하면 풍선을 터트리는 모습에 겨울이도 신났다. 한판을 더한 겨울이, 이번에는 6개를 터트렸다. 하얀색 곰인형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이름도 지어본다.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하꼬미야."

"하꼬미는 무슨 뜻이야?"

"하얀색 곰"

"이름 귀엽다."


기분이 좋은 모녀는 탕후루를 발견하고 바로 구입해 먹어본다. 이런 탕후루가 쓰다. 딸기철이 아니라 상태가 좋지 않은 딸기를 써서 그런 듯하다. 혹여 배탈이 날까 싶어 버리기로 했다. 블루베리, 오렌지 등 다양한 과일로 만들어도 정말 맛있는데 아쉽다. 조금 더 걷자, 닭꼬치가 보인다. 모녀는 눈짓하며 외친다.

"닭꼬치 두 개 주세요."

불맛 나는 닭꼬치는 정말 맛있다. 다 먹을 때까지 우린 침묵했다.


단오 하면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가 유명하다. 올해로 30회 되었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자리에 앉아서 볼 수는 없었다. 서서 구경해 본다. 본선엔 9팀이 올라왔다. 첫 번째 팀은 ○○어린이집에서 준비한 백설공주다. 아이들이 사투리를 쓰니 더욱 귀엽다. 고뱅이가 시리어 더는 못 가겠다. 하며 털썩 주저앉는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단오장을 가득 메웠다. 뒤에 예매해 둔 동춘서커스 시간이 되어 함께 이동했다. 어릴 적에는 단오장에서 귀신의 집과 서커스는 꼭 보았다. 무섭고 신기했던 추억을 안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어릴 적에 보았던 단원들은 나이 많고 난쟁이었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아이들이 한다. 과학적이면서도 초인의 힘을 발취하는 아이들을 보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균형 감각은 최고였다. 안 보이는 곳에서 매일 얼마나 연습했을까.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뛴다.


“겨울아 정말 대단하다.”

“엄마는 어떤 게 가장 신기했어요?”

“엄마는 커다란 링 위에서 줄넘기하던 것.”

“저는 끈하나로 공중에서 공연하던 거요.”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추억을 담고 있었다.




다음날 스탬프랠리 럭키박스를 받기 위해 8시에 단오종합안내소에 도착했다. 매일 선착순 60명에게 선물을 준다. 내 차례는 20번째다. 갖고 온 의자를 펼쳐놓고 한 시간 동안 나만의 독서를 했다. 9시가 되자, 럭키박스를 나눠주었다. 경기도에서 여행 왔다는 말에 즐거운 여행되세요. 인사를 건네신다. 그 말이 참 정겹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낮에는 다니기 너무 힘들 것 같다.


겨울이가 마라탕을 먹고 싶다며 검색을 한다. 이제는 나보다 더 잘 찾는다. 탕화쿵푸 마라탕집으로 정했다. 위치는 강릉시내 쪽이다. 아이와 함께 시내 골목길을 걸어가 본다. 옛 추억이 떠오르다. 나의 고향은 강릉이다. 대학까지 강릉에서 나왔다. 저기 앞에 여고시절 떡볶이가 보인다. 주인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예전에 비해 덜 매워서 아이들도 먹기 좋아요.”

“그럼. 조금 있다 들려서 포장해 갈게요.”

“엄마 저 떡볶이는 뭐가 특별해?”

“일명 카레 떡볶이야. 학창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참, 옛빙그레 쫄면도 너무 맛있었는데 아직도 하려나 모르겠다.”

아이가 또 검색한다.

“엄마, 있어요.”

“언제 거기도 가보자. 엄마가 쏠게.”

아이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친구에게 선물하겠다며 이것저것을 고민하던 겨울이 눈에 ‘안녕 강릉’이라는 캔들이 적힌 배너가 들어왔다. 겨울은 캔들을 구경하자면 내 손을 끌어당겨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바닷속풍경을 꾸며놓은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엄마, 이걸로 결정할래요.”

아이가 맡겨놓은 돈을 달라고 한다. 자기 친구니깐 자기돈으로 사겠다며 기특하다. 기특해.


마지막으로 이불을 구경하기 위해 단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비하면 이불장사가 적게 왔다. 모녀는 열심히 찾고 또 찾으며 나름 시원해 보이는 이불을 발견했다. 아저씨가 장사를 어찌나 잘하시던지 덥석 이불 3개와 깔개 하나를 사버렸다. 갑자기 짐이 늘어났다.


여행은 뭘까. 함께 먹고, 보고, 듣고, 맡고, 느끼는 것이다. 엄마와 딸은 오감을 활용한 특별한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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