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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수업

정확한 명칭 알기

by 정미숙

나는 오늘도 수업에 간다. 5세부터 7세까지 3타임 수업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성교육 수업을 하러 온 강사 정미숙입니다.”

원장님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원장님이 내어주신 시원한 차로 목을 축였다. 수업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며 원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더운 날 수업 다니느라 힘드시죠? 교구가 정말 많네요.”

“다양한 교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성교육을 전달해야죠.”


5분 전 10시다. 첫 수업은 5세 반 아이들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들과 성교육 수업을 하러 온 정미숙 선생님입니다. 우리 함께 인사해 볼까요? 배꼽 손.”

아이들은 착착 소리를 내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오늘 선생님 수업을 도와줄 인형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인형친구의 이름은 릴리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릴리야 나와라 하고 이야기를 하면 친구가 나올 거예요. 우리 함께 불러볼까요?”

“릴리야, 나와라.”

“얘들아, 안녕. 나는 릴리라고 해. 오늘 선생님과 함께 너희들에게 우리 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려고 왔어.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니깐. 쉿, 조용히 하고 잘 들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친구 릴리의 말에 집중하며 수업에 참여한다.


“여러분, 여기 있는 릴리는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여자요.”

“왜요?”

“머리도 길고, 치마도 입었어요.”

“그럼 릴리가 머리를 자르고,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으면 남자가 될까요?”

여기저기서 네, 아니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간다. 아이들이 알았다는 듯 모두 함께 조용히 나를 쳐다본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지금부터 어떤 친구가 여자친구인지, 남자친구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할게요.”

“정확한 성별을 알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야 해요. 이곳에서 옷을 벗는다고 우리 친구들 옆에 친구와 웃거나 떠들면 릴리가 부끄러울 수 있으니깐 절대 웃지 않기로 약속해요. 그럴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대답한다. 천천히 옷을 벗어본다.


“이곳에 이름은 무엇일까요?”

“잠지요, 고추요.”

“우리 친구들이 그렇게 알고 있죠. 오늘은 선생님을 만났으니깐 정확한 이름을 알려줄게요. 이곳의 이름은 음순이에요. 우리 다 같이 따라 해 볼까요?”

“음순”

“음순”


아이들에게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는 것은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 성폭력을 당했을 때 남자성기를 고추라고 정확하게 말하지만 여자성기인 음순을 소중이, 잠지, 보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져 조사에 혼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명칭이 있지만 어른들도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다르게 부르다 보니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아이들이 오늘 이 단어만이라도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자, 그럼 이번에 남자친구의 몸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쉿 조용히 하고 몸을 잘 관찰해 볼게요.”

“이곳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고추요.”

“맞아요. 여러분 고추라고 알고 있죠. 오늘 선생님을 만났으니까 정확한 이름 알려줄게요. 같이 따라 해 볼게요."

"음경.”

“음경”


“정말 잘했습니다. 여자친구의 음순은 포근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 있고. 남자친구의 음경은 차갑고, 시원한 걸 좋아해서 몸 밖으로 나와 있답니다.”

여기저기서 웃고 눈을 가리기도 하지만 이 수업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다른 인형도 갖고 왔어요?”

“그럼요.”


아이들의 눈이 더욱 빛난다.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엄마, 아빠 인형을 보면서 어른들의 몸도 자세히 관찰해 본다. 아이들의 집중도는 낮다. 길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구와 함께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30분의 수업을 몰입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수업해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이 순간 배운다.




가정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다름이 아닌 정확한 명칭으로 불러주고, 아이가 궁금해하는 부분만 알려주면 된다. 예를 들면 엄마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요? 아기는 남자 아기씨와 여자 아기씨가 만나서 나온다고 얘기해 주면 된다. 아이가 남자 아기씨와 여자 아기씨가 어떻게 만나는지 묻는다면 여자 아기씨는 몸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남자 아기씨는 몸 밖으로 갈 수 있어. 엄마문과 아빠문이 동시에 열리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남자 아기씨들이 물 미끄럼틀을 타고 달려가서 엄마 아기씨와 만나게 돼. 여기까지 설명하면 된다. 그래도 질문이 더 많아진다면 책을 함께 보면서 설명해 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성교육을 하면서 얼버무리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야기하는 태도를 보며 아이는 성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진 출처. @jungmisook



#법정의무교육 #성교육 #5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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