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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Jun 03. 2017

퇴사후  #6 공무원? 개소리. 꽃길만 걷자

후회 가득한 과거. 앞으로는 매일이 베스트

무기력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유는 다양할 거다. 내 경우 ‘희망이 없을 때’ 그렇다. 한동안 땅 끝이 어딘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우울했고 극도로 무기력해졌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6년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고 싶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지 알 수 없었다.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 없이 되물었다.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와 노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건 미미했다. 훗날은 어떨지 몰라도 결국은 제로섬.


내가 이러려고 대학가고 빡센 사회생활 했나.  성격 하나 이겨내지 못한어리숙한 선택들로 이런 결과가 생긴 것만 같아 수없이 자책했다. 더 나아가 십수년 전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후회했다. 현실에 대한 부정이 과거의 회상으로 이어진 거다. “너는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냐. 아니 넌 왜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냐.”

 

살면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게 됐다. 정확히 10년 전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은 ‘공무원’을 하겠다며  공부 모드에 돌입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졸업을 했으면 취업을 해야지.” 정확히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집중하는 나한테는 그랬다.  자고로 본인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보람 없을 것 같은 일을 하겠다는 거야. 나는 그 무렵 교수님 추천으로 인턴 일을 시작했기에 더 그랬다.


이 세상 모든 일엔 이유 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삶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며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대기업조차 평생의 먹고 살수 있음을 보장하지 않는 불안한 사회다. 세상이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정년 다 채울 수 있는 직장에 평생 먹고 살 연금까지 나오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매달리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내 삶이 이리도 불안해지니 알겠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이 “공무원을 하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다. 내 잘난 맛에 내가 아는 ‘도전’만 하겠다고 나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대다가 결실을 이루면 좋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결국 ‘어른들 말씀 안 들은 내 ’가  돼버린 꼴이다.

내가 무슨 공무무슨

 

그런데 이 글은 후회를 늘어놓자고 쓴 글이 아니다. 후회만 하는 삶은 독소로 가득한 몸뚱이로 사는 것과 같다. 꽤 오랜 시간 ‘내가 공무원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공무원을 하겠다고 노량진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너무  잘 나가는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합격률이 극도로 낮다는 거다.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 중엔 지방직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마저도 해당 지역 3년 거주자에 한해서만 응시 가능하다. 즉 서울에 비해 경쟁률이 현저하게 낮은 제주도 일반 행정직에 지원하려고 해도 제주도 지역에 적어도 3년 이상 거주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일반 행정직의 경우 평균 5년 최소 2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5년 투자했다고 100% 붙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 준비하다 패가망신한 사례가 수두룩. 주변에도 10년 동안 준비만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럼에도 결혼을 한 것 보면 집이 꽤 사는 듯 하다. 그나마 특수직으로 가면 경쟁률이 낮다지만 이마저도 해당사항 없음이다. 간호사나 IT 전문가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아니다.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은 경쟁률이 특히 낮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용을 늘리기로 했다는데 역시 해당 없음이다. 예전에 JTBC 잡스에 나온 소방공무원들 나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군기도 빡빡해 보인다. 조직생활 싫 자유의 몸이 됐는데 이 나이에 팔팔한 남동생들한테 군기로 쩌는 삶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결론은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걸 하려면 뭐든 준비가 필요하다. 공짜는 없다. 그래서 준비의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공부의 길을 택한 뒤로 내 지갑은 점점 얇아만 간다. 3개월 정도 됐다. 하지만 나는 꽤 행복해졌다. 36년 걸어온 인생 전체를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했던 시간이 있었나 싶다.

 

‘창살 없는 감옥’. 정말 있다. 모든 것은 내 스스로에 달렸다. 내 삶은 내가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든다. 내 인생은 너무도 짧다. 지금도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내 소중한 하루하루를 베스트로 만들기로 했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로 했다. 지난 과거는 잊기로 했다. 지난 과거를 후회할 순 있지만 후회에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나아가기만 해도 부족하다. 했다. 부정적인 과거를 읊을 순 있다. 하지만 미래의 부정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만들 것이다.

 

Continue


후회만 하고 살기엔 너무 짧은 인생

매일이 베스트가 되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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