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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Feb 10. 2017

퇴사후  #5 1년 후 한국 역시 노답  

30대 중반 싱글의 불투명 삶 명불허전 헬조선

세상에 내가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다니 매일매일 놀랍다. 브런치에 글을 쓸때만 해도 난 열정이 넘쳤다. 그래, 혼자 서바이벌을 해도 난 분명 살아 있는 존재였지. 그런데 왠걸.  글 쓰는 걸 멈춘지 도 1년여가 지난 거 같은데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이란 게 상황이 나아져야 과거를 회상하며 넋두리도 하고 그러는 거 같은데 이건 왠걸. 매일매일 늪으로 침수하는 느낌이니 타자를 두들길 마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삶. 역시 스스로 예상했듯 별로였다. 난 한국에 오자마자 독립적(independent) 삶을 살 거라 외쳤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조직’에 몸담지 않는 1년여 삶을 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망한 거 같다.


 


나의 구매대행 사업은  말아먹었다. 오늘 KC인증을 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상품(90%) 모두 판매중지했다. 이미 지난해 ‘어린이안전특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을 낸 나다. 덕분에 사업가 DNA는 바닥을 치고, 점점 무기력해졌는데 이젠 정확히 말살 당했다. 1월 28일자를 기준으로 구매대행은 업 자체가 불법이 됐다.


 


이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스스로 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경우는 아니다. 전안법으로 나를 비롯한 예비 창업자들의 꿈도 삽시간에 날라갔다. 핸드메이드 머리핀 하나 인증 받는데 70만원을 내야 한다. 말 다한 것 아닌가.  인증 기관에 퇴직공무원들이 대부분 취업했다고 하니 서민들 등에 빨대 꼽아 먹고 살겠다는 심보인 듯.


 


오늘은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먹고 살기 빠듯하다고 앓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들은 남편의 새차 구입, 부동산 이야기를 한다. 빠듯할 거라지만 일단 새차를 산다는 거 자체가 보통의 기준에서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남편들 월급 역시 적지 않다. 나는 이제 골드미스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문닫은 구매대행업자일 뿐. 난 도대체 뭐하고 산 거야. 까먹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다.


 


남편이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 주는 삶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단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 없는데 지칠 만큼 지친 거 같다.  예전엔 열정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젠 전혀 아니다. 아니 나에게 열정이란 게 애초부터 존재했었나 싶다. 내 스스로 나 자신에게 보다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데 행복하다기보다 불안하다. 일종의 마음의 평화는 얻었다. 하지만 이 평화는 무한한 불안감, 그리고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 나이 36, 내가 걸어온 이 여정 완전히 노답이 돼버렸다. 어쩌면 좋나. 제기랄. 더 우울해지면 글조차 쓰고 싶지 않을 게 뻔하다. 그래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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