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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Jun 19. 2017

퇴사후 #9 없어도 즐겁게 살 수있다

스스로 즐거워지는 것



나는 여행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회사 다닐 때도 여름, 겨울 휴가가 주어지면 가까운 일본에라도 꼭 갔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되면서 이 여유가 사라졌다. 당장 돈이 있어도 꺼리게 된다. 앞으로 돈이 정확히 얼마가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 갔는데 이제는 시간이 남아돌아도 여행을 꺼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한 거다. 한동안 이런 현실에 우울했다. 당장 월급 주는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란걸 너무 잘 안다.



다행히 난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여행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는 법. 집에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줘 돈(돈이라기보다 용돈)을 벌어 가능한 일이다. 벌써 60팀이 넘는 외국인 게스트가 다녀갔다. 이제는 첫 대면부터 촉이 온다. 트러블 메이커인 지 친구가 될 지. 촉이 오면 접근한다. ‘밥을 같이 먹자’라든가 ‘서울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처음에는 이 일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래서 굳이 봉사를 해야 하나 싶었고 호스트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게스트가 즐거우면 곧 내가 즐거워진다.’ 최근에는 프랑스 게스트와 친해져 여기저기 함께 돌아다녔다.


내가 먼저 경복궁 투어를 하자고 했다. 특별한 여행으로 만들어주고 싶어 한복체험도 했다. 내 인생 2번째로 입어보는 한복이었다. 이후 덕수궁으로 넘어가 ‘금난새’ 선생님이 지휘하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더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행자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유쾌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이 괴롭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벗어나면 직장에서 얻은 상처를 씻고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국에서 벗어난다고 도망친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단순한 해방감이 주는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장소가 변한다고 불행한 삶이 행복한 삶으로 변화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한국에 있고 이변이 없는한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내가 한국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내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은 장기 마라톤이다. 언제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 지 알 수 없다. 최근 나락으로 떨어져 우울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살아야 했고 굳이 살 거면 즐겁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발버둥 쳤다. 그리고 아주 일부지만 해답을 얻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행복하고 즐기는 자세. 스스로 한정된 자원과 그만의 상황에서 즐거운 일들을 찾아내는 것. 내일은 오늘보다 최악일 수 있지만 나는 즐거울 것이고 즐겁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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