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gative to Positive Jun 23. 2017

퇴사후  #10 먹고살기 힘든 현실

현업에서 듣는 가이드 이야기

어느 업계나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여행 관련 상품을 만들고 싶어 관련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수업에 들어가 보니 절반 이상이 현직에 있는 중국어 가이드다. 보통 여행 가이드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여행사에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고 여행사측에서 팀을 배정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감이 뚝 끊겼단다. 문 닫은 여행사가 태반이고 기약 없는 휴업에 들어선 곳도 많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현직 가이드들로부터 생생한 업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는 뉴스에서 접한 이야기, 일부는 상상 이상으로 디테일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글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 대부분의 중국 단체를 맡은 가이드에게 주어지는 수입은 없다. 오히려 여행객을 돈 주고 사는 일도 많다. 그럴 만도 한 게 요즘에는 항공권, 숙박비까지 합쳐 10만원짜리 여행 패키지도 있단다. 쇼핑을 통해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이유다. 가이드가 ‘자원봉사자’는 아니니까. 한 중국어 가이드는 단체 여행객을 인솔하며 면세점, 호감보, 김 판매숍 등 하루 7군데 쇼핑센터를 방문한다고 한다. 안그러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얻기 어려운 구조라서다. 쇼핑을 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여행사와 나누는 구조라 열심히 안할 수도 없다. 저가 패키지를 통해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주어지는 삼계탕은 단가 5000. 이 삼계탕은 한국인에겐 팔지 않으며 팔수도 없다고 한다. 여행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이들의 재방문율이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



물론 어딜 가나 잘 나가는 사람은 있다. 어설픈 초보 가이드는 본인의 노동을 투입하고도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고단수의 경력 가이드는 억소리 나는 연봉에 건물도 몇채 보유단다. 한 고수 가이드는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온돌방의 삼계탕집에 방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손님들에게 인삼주를 건넨다. 꽁꽁 얼은 몸 속으로 들어가는 인삼주에 이어 삼계탕 한 그릇. 몸이 노곤해진다. 이 가이드가 인삼을 파는 건 시간문제가 다. 고수는 쇼핑센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밀하다. 가이드는 계산대 옆에 서지 않는다. 입구에 서 있어야 한다. 손님들은 보통 쇼핑을 하다가 가이드를 찾는다. 가이드가 입구에 있으면 자연스레 쇼핑몰을 한바퀴 돌게 된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패키지 여행 대신 개인여행(FIT)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패키지여행 대신 개인여행을 공략하는 가이드도 늘고 있다. FIT의 경우 가이드 업무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대신 쇼핑에서의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적어 쇼핑으로 수익이 ‘뻥’ 터질 일은 없단다. 투잡으로 뛰어야 할 만한 게 FIT인 이유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FIT 상품을 기획중인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음이 착잡해지긴 한다.


어떻게든 뚫고 나가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 건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후 #9 없어도 즐겁게 살 수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