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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Jul 01. 2017

퇴사후  #13 피자 사먹을줄 모르는 엄마

다 큰 딸 걱정에 시장 도너츠만

아침부터 눈물이 난다. 엄마와의 짧은 대화에서 나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흔한 피자 이야기를 하다가 그랬다.

“요즘 피자값이 왜 그래. 내 돈으로 피자는 못 사먹겠다.” “ 피자는 내가 사주잖아.” 지갑이 앓아져도 엄마와 한달에 한두번 사먹는 피자 정도는 포기할 수 없다.



엄마는 그랬다. 본인의 돈으로 시장 도너츠는 사먹어도 브랜드 피자는 사먹을 줄 모른다. 엄마는 능력 있는 아빠를 두고 쫓기는 삶을 살았다. 부부는 상생이다. 자신을 보완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좋다. 아빠는 운이 좋았다. 엄마 덕분에 그랬다. 아빠는 항상 즐기는 삶을 살았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친다. 지금도 그렇다. 매주 주말 전국을 여행한다. 이런 아빠는 파이팅이  넘쳤다. 대기업을 관두고 사업 한다고 큰 돈 투자해 수억 날리고 주식으로도 큰돈을 잃었다.



하루는 집에 빨간딱지가 붙기도 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표정의 엄마였다. 이런 아빠 덕분에 엄마는 항상 불안해 했다. 평생 돈에 절절 매고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두 아들딸 어떻게 먹여 살릴까 오로지 그 생각으로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젊은 시절 나는 먹고 살 걱정하며 한숨만 쉬는 엄마가 참 싫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엄마의 등살 덕분에 대학 다니면서 주말이고 평일이고 구분 없이 알바를 했다. 그렇게 긴 시간 꽤 타이트한 삶을 산 것 같다. 그런데 삶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집 근처에 9호선이 뚫리면서 살던 빌라 가격이 많이 올랐다. 얼마 안 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산도 좀 물려받았다. 욜로의 시조새 같지만 능력은 출중한 아빠는  60세가 넘어  작은 회사지만 재무 이사로 취직도 했다. 아빠는 즐기면서도 열심히 산다. 언젠가부터 여유가 생겼다. 엄마는  수십만원의 월세를 받고 연금도 받는다. 그런데도 ‘보험 아줌마’ 타이틀을 유지하고 여기에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돈을 쓰지 않는다. 밖에서 뭐 하나 허투루 사먹지 않는다. 피자  하나 사먹질 못한다. 미치겠지만 지금은 나 때문이다. 삼십 중반이나 된 내가 빌빌거리고 있으니까.




“나는 내 돈 주고 피자 절대 안 사먹어.” “엄마는 내 돈으로 피자 먹잖아.” “니 돈이 내 돈이지.” “왜 내돈이 엄마 돈이야?” “네가 굶어 죽으면 내가 먹여 살려야지.”

직장운 없고 남자운도 억수로 없는 나는 엄마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뿌듯하면서도 슬프다. 눈물이 계속 흐른다. 엄마를 모시고 살기는커녕  먹여 살려야 할지도 모를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리다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엄마한테 정말 미안한 하루다.  

 

(우리 아빠는 삶을 즐기지만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돈 아끼느라 쩔쩔 매는 엄마에 비해 과소비 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장으로서 역할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물론 친구 좀 덜 만나고 술도 줄였으면 좋겠다. 내 브런치 글을 보고 우리 아빠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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