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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Jul 09. 2017

퇴사후 #15 정체성을 아는 것

다음은 도전

나는 서른 중반에 이르러서야 내가 정말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묻는다. 30대가 되어 하는 진로 고민은 20대 때와 다르게 그 중압감이 상당하다. 내가 뜻하고 계획하는 몇가지 길이 있다. 꽤 고민을 오래 했는데 여전히 100% 확신할 수 없다. 여전히 내재된 불안감 속에서 허덕인다.



서촌의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오롯이 나만 손님으로 있기에 뭘 하든 집중하기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두명의 여성이 들어온다. 커어리우먼의 향내가 진동한다. 이 둘은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한명은 인터뷰하는 기자고 또 다른 한명은 책을 쓴 저자다.


등 뒤에서 들리는 이 둘의 이야기.


“미국 교육은 뭐가 다르던가요?”


“본질을 찾아가는 걸 핵심에 두는게 달라요. 하늘이 왜 파란지 묻고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식이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교육은 자신의 적성이 무엇이고 뭘 해야 즐겁고 뭘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나를 모르면 그것을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면 비전이 생기고 꿈이 생깁니다.”



이제까지 난 내 스스로의 정체성을 기만하고 살았던 거 같다. 나름 하고 싶은 것 하고 사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니다.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 외에 딱히 한 게 없다. 장기적 목표랄 것도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왔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미래를 위한 장기 로드맵 따윈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얻은 자유의 후폭풍은 ‘두려움’과 ‘불안감’일 수밖에.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도 서툴렀다. 적당히 맞추며 사느라 나를 표현할 생각도 안했다. 여자는 또 다른  말을 한다. “한국에선 가만히만 있어도 절반은 간다고 하죠. 미국은 달라요. 미국사회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생각 없는 사람이 돼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죠. 생각을 표현해야만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심장이 따끔거리기도 쿵쾅거리기도 한다.

이들의 인터뷰가 끝났다. 뒤를 돌아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책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인터뷰이가 17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45명의 성공한 한인들을 취재한 이야기를 담은 ‘미국을 움직이는 한국의 인재들’이었다.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어떻게 세상에 나아가 처음부터 성공을 합니까. 도전하고 실패도 해야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어요. 불편한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끊임없이 도전을 해야 합니다. 불편한게 싫으면 공무원 하면 됩니다. 도전을 해야 성공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나지막이 읊조린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이 카페에 온 이유가 당신 때문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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