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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Jan 05. 2018

퇴사후 #24 우울한 나는 넣어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앞이 보이지 않는 경주마처럼 달렸다. 내재된 결핍과 불안은 폭발할 듯한 ‘자극’이 됐다. 뭐든 공부하지 않으면 당장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행동했다. 올 봄부터 나는 테솔, 국가자격증 2개를 포함해 5개 자격증을 땄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포함해 중간에 포기한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7개 자격증을 따자고 달려들었다. ‘생각’ 없이 남녀노소 가리지도 않고 먹어 치우는 워커(walker-워킹데드의) 같았다. 그 와중에 다이어트도 했고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스마트 체중계는 지금도 ‘과체중’이라고 하지만 과거의 나를 비교대상으로 설정하면 날씬해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편하지만 고됐고 여유롭지만 불안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래도 2017년을 마무리하면서 꽤 만족스러웠다. 계획한 대부분의 것들에서 성과를 냈으니까.

달력은 2018년으로 넘어갔고 다시 급습한 ‘불안’을 도구 삼아 ‘돌진’ 모드로 돌입했다. 먹고 살자고 써먹자고 이뤄낸 것들로 ‘결과’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런데 참 녹록치 않다.  최근 본 두번의 면접에서 모두 물먹었다. 서류 제출한 곳까지 합치면 옷장 속으로 들어가야 할 지경이다.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그렇게 또다시 들이닥친 우울모드. ‘기대’ 안 하는 ‘내’가 되겠다고 선언했건만. 갑자기 치고 들어 오는 우울의 불구덩이에 빠져 잿가루가 될 지경. 5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도 살자고 태어난 인생이긴 한가봐. 술도 아니고 노래방도 아니다. ‘읽으니’ 살겠다. 활자로 인쇄된 나와 같은 마음을 읽고 나니 울렁였던 마음이 토닥여진다. 그래, 나는 오늘 딱 하루 그렇게 울렁인 거다. 하염없이 휴대전화만 바라보던 ‘우울한 나’는 ‘여기’ 두고 갈게. 어쩌면 우울한 내가 내 스스로를 ‘부정’으로 몰고 간 건지도 지도 몰라. 그렇게 오늘 하루를 또 버텨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오늘밤 달도 우울감 걷어내고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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