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아주 사적인 관찰기
얼마 전, 나보다 삶의 결을 조금 더 다듬어 살아가고 있는 그녀와 이야기하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건 좋아요.
하지만 한번쯤은 주변 사람들을 잘 들여다봐요.
닮고 싶은 사람, 멀어지고 싶은 사람.
그런 걸 자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반짝였다.
그래서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멋지다고 느낀 사람들,
그리고 그 멋짐 안에 함께 있는 닮고 싶지 않은 결까지도.
1. 단단하지만 무겁지 않은 사람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언니가 있다.
내가 유일하게 무방비가 되는 사람.
신중하게 골라내는 말, 사려 깊은 판단.
그런데 그 무게감 속에도 웃음이 있다.
농담 한 줄에도 가볍지 않은 깊이가 숨어 있다.
그런 언어를 쓰는 사람이 멋있었다.
단단한데, 가벼운 결로 묶인 사람.
그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조합이다.
2. 말을 잘하는 사람
오래 본 기획자 오빠가 있다.
말이, 발표가, 설득이 잘 붙는 사람이다.
큰 기업 대상 비딩도 척척 해낸다.
그의 언변은 도구라기보다 무기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나는 말로 누군가를 움직이는 데 서툴다.
그래서 더 부럽고, 더 멋지게 느껴진다.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종종 경외감이 든다.
3. 나로 중심을 잡고 사는 사람
언제 연락하든 늘 웃으며 반겨주는 언니가 있다.
사회적 시선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발랄하고, 경쾌하고, 제 기준을 확실히 아는 사람.
가끔은 무모해 보일 만큼의 자기 확신.
근데 그게 이상하게 멋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웃음 안에 사랑이 많은 사람.
밝고 따뜻하고, 단단하다.
그건 단순히 성격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
4. 오래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멋
아버지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란하지 않고, 말수가 많지 않다.
가끔 던지는 한마디, 묵직하고 따뜻하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멋은 아니지만
오래 지켜볼수록 마음속에 쌓이는 울림이 있다.
나는 그걸 ‘늦게 오는 멋’이라고 부른다.
5. 사랑이 무서워질 만큼 뜨거운 사람
어머니는 불같은 사람이다.
깊게 몰입하고, 지독하게 파고드는 사람.
때로는 그 열정이 고집으로,
고집이 누군가를 조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를.
쉽게 꺼지지 않는 불,
닿으면 뜨거운 사랑.
그래서 닮고 싶고, 또 닮기 두려운 감정.
6. 세련된 소박함, 역설적인 사람
우리 할머니는 연한 핑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비싼 옷은 안 입지만, 단정하고 고왔다.
회색빛 흰머리가 햇살에 비치면
가끔 유럽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무뚝뚝한 듯, 누구보다 나를 많이 안아준 사람.
자기 말은 적지만, 마음은 늘 가득했던 사람.
나는 그런 식의 세련됨을 사랑한다.
부드럽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멋있다'는 감정은 일정하지 않다.
어떤 날은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고,
어떤 날은 말없는 사람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감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결이 있다.
자기만의 흐름이 있다는 것.
타인에게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
완벽하진 않지만 균형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
나는 그런 사람들을, 멋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결을 닮아가고 싶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