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관계가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패스트푸드를 먹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뜨거운 만남이 있었다.
산책로를 함께 걸었고, 가까워졌고, 사소한 걸로 다투기도 했고, 다시 풀기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영화를 보다가, 아주 격렬한 섹스를 했다.
모든 게 꽉 찼다. 감정도, 몸도, 머릿속도.
그가 다정한 인사를 남기고 돌아간 뒤, 나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 두 시쯤 깼다.
문 앞엔 식어버린 롯데리아 햄버거 두 개와 감자튀김이 놓여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감자를 씹었다.
물에 젖은 신문지 같았다.
맛은 없었다. 비리고 불량스럽고, 동물적인 맛이었다.
그런데도 다 먹었다.
새우버거는 내용물만 발라먹고 빵은 버렸다.
나는 왜 그 시간에, 그걸 시켰을까.
왜 일어나 먹었을까.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허기는, 감정 쪽에 있었던 걸까.
그와 함께한 시간은 좋았고, 동시에 힘들었다.
산책도, 섹스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갈등이 생기면 모든 신경이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로 쏠린다.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또 해석하다가
끝내는 싸운다.
“왜 그렇게밖에 못해?”
“그 말은 무슨 뜻이야?”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아니야.”
우리 대화의 절반 이상은 이런 식이다.
화해는 둘 다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아니면, 전쟁이다.
아주 격렬한, 전면전.
나는 생각했다.
이 관계는 지속 가능한가.
이 사랑은 나에게 심리적 허기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패스트푸드를 먹은 게 아니라,
패스트 러브를 겪은 건 아닐까.
정확히는, 패스트 릴레이션십(Fast Relationship).
그날 밤, 감자튀김을 씹으며
나는 이 관계의 맛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뜨겁고, 짜고, 자극적이고, 빨리 식어버리는 맛.
다음날 아침, 손가락이 부었다.
배는 땡땡하게 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그 허기를 조금씩 비우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