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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Jun 06. 2023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 현승이가요"

듣기 좋은 '솔' 음정의 어린이집 선생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오늘은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전해줄까. 아이가 떼를 많이 썼으려나, 밥은 잘 먹었을까, 친구랑 싸우지는 않았을까. 나는 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서면서부터 긴장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들을 마주하는 건 아이다. 어미인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아이가 온전히 겪어내야 하는 일. 그래서일까. 가끔은 내가 더 불안해하는 듯싶다. 다른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둘째를 보내는 엄마는 의연하려나.


 영유아 발달검사에서 아이의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28개월 또래보다 말이 느리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좋아질 수 있다는 '카더라'에 급하게 다닐 곳을 알아봤다. 3년을 꽉 채우고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었는데, 상황이, 마음이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바로 등록할 수 있었다. 처음 일주일의 적응 기간은 꽤 괜찮았다. 엄마에게 노 룩(No look) 인사를 하며, 선생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울고불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적응 기간이 끝나자 아이는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일까. 힘들게 떼어놓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나도 눈물이 났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안 보낼 걸 그랬나' 말이 조금 느릴 수도 있는데 엄마 욕심에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모든 날이 미안하고, 안쓰러웠던 것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를 보면 신기하면서 기특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아이는 우는 대신 말이 늘었다. 집에 걸어오는 길 내내 종알종알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내가 알려주지 않은 단어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신이 나서 열심히 리액션을 보여줬다.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나도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미뤄뒀던 집안일도 하고, 은행 업무같이 아이와 함께 가기 어려웠던 일도 하나씩 할 수 있었다. 엄마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집 분위기도 변했다. 아이가 떼를 쓸 때 화내는 횟수가 줄었고, 퇴근하는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었다.

 

 "보내기 미안한 적은 있어도 싫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한채아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싫었던 적 없냐는 질문에 답했던 말이다. 2년 전에 방송한 것을 유튜브로 본 것인데도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 잊히지 않는다. 아이랑 함께 있는 시간이 싫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만의 시간, 엄마가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나는 동안, 엄마는 자신을 돌아보며 에너지를 채운다. 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바라보면 그리 반갑고 행복할 수 없다. 내 안에 여유가 생기면서 아이는 물론 온 가족이 평안해졌다. 오늘은 선생님의 "어머니, 현승이가요" 다음이 잘했다는 내용이길 바라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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