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의 얼굴이 요거트 범벅이다. 잠깐 쓰레기 버리고 온다고 한눈판 사이에 아이는 먹던 요거트로 촉감 놀이를 시작했나 보다. 아이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남기고 싶어 휴대폰을 들었다. 찰칵. 사진을 찍었다. 영상도 좋겠다. 이렇게 간직하고 있는 사진은 1년이 지나면 수백 장이 넘는다. 한 번에 다 넘겨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라 이미 앨범은 포화 상태다. 클라우드에서는 용량을 늘리려면 결제하라는 메시지를 자꾸 보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제는 정리해야만 할 때이다.
나는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습관이 있다. 그것도 연사로 말이다. 대부분 아이의 모습인데, 표정이 너무나 다채롭고 재미있어서 한 번 찍어서는 만족하기 어렵다. 언뜻 똑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환한 미소를 고르려는 엄마의 노력이다. 한 장소에서도 여러 각도로 찍어봐야 한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를 찍다 보면 실제 모습보다 더 생생한 기록이 되기도 한다. 넘어지기 직전의 표정이라든지, 뛰는 순간을 포착하여 공중부양하는 것 같은 모습 말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주는 사진의 양도 만만치 않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을 때, 텃밭에 물을 주며 즐거워하는 순간, 교실에서 크레파스로 색칠하는 모습. 엄마가 부재중인 세상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할 부모를 위해 선생님이 매일 촬영하고 발송한다. 매번 비슷한 사진이지만 엄마는 그걸 또 모두 저장한다. 손자의 일상이 보고 싶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메시지로 보내드린다. 그렇게 휴대폰에는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사진 정리는 올해 한정판 다짐은 아니다. 연례행사로 연말에 하루 날 잡아 꺼내본다. 사진으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추억을 정리한다. 남편과 함께 사진을 고르기도 한다. "맞아, 이때 너무 웃겼지.", "여긴 이제 망했는지 없어졌더라.", "우리 OO이가 벌써 이렇게 컸어! 시간 참 빠르다." 남편과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과거를 소환한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한 장, 한 장 옛일을 공유하는 순간마저도 소소한 추억이 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인화해서 앨범에 넣어 간직한다. 작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정리하지 못했다. 올해는 양이 두 배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 대기 싫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일단, 작년 사진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