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살이 좀 쪘네요?"
네, 맞아요. 우리 집 시바견 비빅이는 통통, 아니 비만입니다. 체고 45 cm, 몸무게 16 kg 과체중입니다. 숫자로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겠죠. 체고는 강아지의 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비빅이의 체고라면 12 kg쯤 되어야 늘씬하고 멋진 '개'님이 됩니다. 비빅이는 얼굴이 작아 날씬해 보이기도 하지만, 옆에서 보면 몸통이 통나무 같아요. 그래도 배는 살짝 들어가 있어 가슴과 구분은 됩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면서 보면 알아채기 힘들 겁니다. 갈비뼈가 살짝 만져지고, 배는 홀쭉해야 정상이라는 것. 그래요. 그렇게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저도 알고 있습니다. 비빅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 쳐다보고 안아줍니다. 매주 체중계에도 같이 올라가 보고요. 어디 다치기라도 해 병원에 들를 때면 매번 수의사 선생님께 잔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아휴, 그러면 안 돼요. 덜 먹이고 운동시키세요"
사람이나 개나 다이어트하려면 덜먹고 운동하는 게 맞죠. 하지만 비빅이의 체중이 불어난 건 무지한 엄마 탓입니다. 7개월에 했던 중성화 수술에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그중 하나가 식탐이라는 것을, 그때 조절하지 못하면 살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체중계에 떠있는 숫자가 믿기지 않아 제 눈이 휘둥그레질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저 사람처럼 어렸을 땐 많이 먹고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가 키로 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비빅이가 수술하기 전에 미리 공부했다면, 수의사 선생님 말에 조금만 더 귀 기울였다면 고단백 퍼피 사료를 성견 사료로 바꿨을 겁니다. 아니, 수술 후에 바로 다이어트 사료를 줬을 겁니다. 청년이 된 비빅이가 이렇게 과체중이 될 때까지 두고 보지 않았을 겁니다.
허나, 지나가다 '살이 많이 쪘다고' 툭 던지시면 억울합니다. 우리가, 비빅이와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본 적이나 있습니까. 고작 몇 분, 몇 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 대해 얼마나 파악했다고 훈수를 두십니까. 비빅이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소식좌'입니다. 물론 엄마에 의해 강제로 지만요. 이제 4살인 비빅이가 다이어트 사료로 벌써 이 년째 식단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계속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다이어트해 본 분이라면 아시겠죠. 먹는 양도 적습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 하루에 먹어야 하는 170 g 보다 훨씬 적은 110 g에 개껌 하나 먹고 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답답했으면 수의사 선생님께 적정 사료 양을 계산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을까요. 개껌도 먹이면 안 된다고요? 개껌은 스케일링 대신 선택한 차선입니다. 전문가와 상담도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산책 양은 또 어떻고요. 비록 비빅이가 느긋한 성격이라 천천히 걷고, 더위를 싫어해 여름에는 밖으로 잘 안 나가려 하지만 최소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까지, 하루에 3번은 산책합니다. 사람도 힘들어 땀을 뻘뻘 흘리는 이 더위에 말입니다.
"아니, 나는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처음 만난 사이에 걱정이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넣어두세요. 더 이상 내 새끼 험담하는 걸 듣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의 말에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당신의 오지랖에도 대꾸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을 날카롭게 쏘아보는 '가시눈'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아휴, 너무 잘 생겼네" 칭찬으로 시작했다 해도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다이어트를 할 것입니다. 산책을 나갈 것입니다. 당신의 뾰족한 시선, 고약한 말 한마디 때문이 아닙니다. 비빅이의 건강을 위해서예요. 불어난 체중으로 행여 다리 아프지 않을까 염려할 만큼 이젠 우리도 현명해졌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