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왔다. 시바견 비빅이도 아파트 주민이 됐다. 강아지에게는 주택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테지만 남의 집(전세)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반려동물은 익숙한 곳에서 갑자기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들 대부분 힘들어하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에게도 이사는 큰 행사이며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반려동물에게는 쉬운 일이겠는가.
나는 이사 전, 후로 비빅이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이사 한 달 전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아파트 근처를 산책했다. 앞으로 지내야 할 곳의 냄새를 맡게 해 주어 아이가 조금이라도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개바개'(case by case의 변형. 개 by 개)라서 강아지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이 충분했기를 바랄 뿐이었다. 새집에는 익숙한 냄새와 그렇지 않은 게 섞여 있었다. 일부러 비빅이의 이불이나 장난감 같은 물건을 새로 사지 않았다. 세탁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꼬순내'가 나는 물건들이 달래주길 바랐다. 이제 이사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비빅이는 잘 적응하고 있을까? 엄마가 본 비빅이가 새집에 적응하는 세 가지 방법은 이렇다.
첫 번째. 엄마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따라가 볼 것.
비빅이는 산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실외 배변만 하는 아이라 어쩔 수 없이 하루에 세 번 외출하지만, 즐기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움직이는 것보다 시원한 대리석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비빅이가 혼자 있으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산책길이 궁금한 지 내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따라 나오려고 했다. 심지어 현관문 도어록 여는 소리가 들릴 땐 자다 말고 신발장 앞까지 달려 나와 데려가 주길 바랐다. 집 안에서는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어색하고 불안한지 내가 가는 곳마다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쉴 때도 내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기대어 엎드렸다. 평소라면 꼬마 집사(37개월 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가 불편해 혼자 조용히 켄넬에 들어가 쉬었을게다.
두 번째. 살던 집으로 돌아가자고 떼써볼 것.
이사 온 며칠은 큰 문제가 없었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고, 새로운 곳을 탐색할 땐 꼬리를 흔들며 즐거워했다. 거친 산길보다 사람이 만든 걷기 편한 공원을 좋아했다. 일주일이 되는 날, ‘꽁꽁’ 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다. 산책을 나가면 응가할 생각은 '1'도 안 하고 주차장만 바라보았다. 시위하듯 입구에 앉아 꼼짝 않고 있었다. 고집에 못 이겨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세워진 차들을 살펴봤다. 아빠 차를 찾는 듯 보였다. 이사하기 전, 새집에 적응시킨다고 주택에서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했던 것이 기억났나 보다. 점차 그의 저항이 약해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려 버티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보면 비빅이는 전에 살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챈 것 같았다.
세 번째.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일 것.
보름쯤 지나고 사태 파악이 끝나자 비빅이는 여느 때처럼 다시 고집쟁이가 되었다. 습하고 더운 여름날, 길 위에 주저앉아 완강하게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이제 좀 익숙해진 건가' 내심 안심이 되었다. 산책이 신나서 총총 걸어가던 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으려나. 그래도 밥도 잘 먹었고, 배변도 잘해서 다행이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평소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비빅이는 새집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찾았다. 식탁이나 책상 아래, 안방 드레스룸 안쪽이다. 꼬마 집사가 잘 접근하지 않는 곳,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곳을 기가 막히게 알았다.
비빅이가 완전히 적응했는지 아직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느 날은 괜찮아 보이다가도 또 다른 날은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주택에서는 배를 발라당 뒤집어 보이며(강아지가 가장 편안할 때 취하는 자세) 잠을 자기도 했는데, 새집에서는 여태 보여주지 않았다. 뛰어놀 마당이 없어서 심심해 보이기도 했다. 새집에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길면 강아지가 불안해할 수 있다는 말에 최대한 함께 있으려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평소와 다르면 안 된다기에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만간 비빅이의 깊게 잠든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비빅이가 새집에 완전히 적응해서 엄마가 안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