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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Nov 11. 2023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내지 말까 고민했습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던 평범한 저녁 시간.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에게 남편은 그만 놀고 밥 먼저 먹으라고 말했다. 아이는 기분이 나빴는지 손에 쥐고 있던 장난감을 바닥으로 던졌다. 아이가 물건을 던지는 것을 어린이집 선생님도 몇 번 전달한 적 있었기에, 남편은 식사 준비를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남편이 아이를 붙잡고 단호히 안된다고 말하며 '생각하는 의자'에 앉히려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남편에게 빌었다. 눈을 꼭 감고 엉엉 울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볐다.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야, 어디서 배운 거지? 이런 걸 알려준 적이 없는데' 갑작스러운 아이의 모습에 놀라 울컥 눈물이 났다. 남편도 당황했는지 그러지 말라며 아이를 안아 달랬다.


 아이가 33개월이 되던 무렵, 어린이집은 5 ~ 6개월 정도 다녔을 때다. 그날 이후로 몇 번 더 아이는 훈육할 때 '그' 행동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아이를 진정시키고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지 말라고. 잘 못했거나 사과를 해야 할 땐 '미안해'라고 하는 거라고. 미.안.해. 한 글자씩 짚어 가며 알려줬다. 나는 그럴 때마다 북받치는 울분을 애써 참았다. 아이가 얼마나 잘못을 했다고 빌게 할까? 어디서 배웠을까? 동영상일까? 아이와 함께 봤던 핑크퐁이나 뽀로로에서는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어린이집일까? 어린이집이라면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걸까, 선생님이 알려줬을까? 선생님이 아이가 말을 잘 못하니까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이렇게 행동하라고 가르쳐준 것일까. 짐작하기 어려웠다.


 나와 남편은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어린이집에 더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루에 두 번, 등 하원 시간에 선생님 얼굴을 마주하니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따라 하는 것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정말 선생님이 알려준 것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아이의 비는 행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의견과 부딪힌다면 불편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래도 잘 따르는 것 같은데 괜히 분란만 일으키게 될까 봐 두려웠다.


 결국, 묻지 못했다. 이사로 전원이 몇 달 남지 않았고, 어린이집을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꺼내지 않기로 했다. 엄마 없이 홀로 있을 시간이 걱정되었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미움받지 않을까 싶어 꾹꾹 눌러 마음속 깊이 담아두기로 했다. 대신,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집에서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 얼마 뒤 아이는 더 이상 빌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멈추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안해'를 말하게 되어서인지, 사과할 행동을 하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남들은 학교로 전화도 잘한다는데. 나는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똑 부러지지 못해 미안했고,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 여전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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