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멀리스트가 애정하는 녀석들
스몰빅(SMALL-BIG). 작은 시도(성공)를 통해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말이다. 요즘 이 단어를 심심찮게 접한다. 자기 계발서나 기업 경영, 창조 경제 등의 카테고리에서 왕왕 쓰이는 표현이다. 미미한 정리의 반복자. 미미멀리스트의 글에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작은 몸집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리의 아이템들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스몰빅 정리아이템'. 미미멀리스트가 사랑하는 스몰빅 특전사 1번부터 출발합니다.
1. S고리와 집게의 콜라보
아, 이 아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스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큰 녀석들이다. 정리를 논할 때 이 두 가지를 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특히 주방과 화장실에서는 편리함의 1등 공신이나 다름없다. 수세미를 걸거나, 집어서 말릴 때 사용하고, 아기의 턱받이, 조리도구 등등 구멍이 있어서 걸 수 있는 물건이라면 어떻게든 걸고, 숨기고,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2. 꼭꼬핀
결혼 전에는 꼭꼬핀에 대해 큰 관심도 애정도 없었다. 그런 게 있다더라. 정도였다. 처음 살림을 시작하던 신혼집은 전세였다. 전셋집에 못질을 하기가 조심스러워 사용하기 시작한 꼭꼬핀이었다. 전셋집을 탈출하고 자가로 9년째 살고 있지만 못질보다는 이게 간편하단 말이다.
특히 나처럼 여기 걸었다, 저기 걸었다 하고 싶어 하는 변덕쟁이에게는 못질보다 꼭꼬핀이 적합하다. 망치 소리와 못자국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단, 가벼운 것들만 가능하다는 점)
3. 슬라이드 홀더 후크
우리 집 3살 막둥이는 기어 다니면서부터 유독 리모컨에 관심이 많았다. 누르고, 물고, 빨더니 밟기도 한다. 조만간 리모컨이 운명하겠다 싶어 급히 달려갔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다이소로 말이다.
암수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후크를 보관할 곳에 하나, 리모컨에 하나 각각 붙이고 끼워두면 끝. 현재는 티브이 뒷면에 리모컨을 걸어 보관해 둔다. 이렇게 하니 리모컨을 찾아 헤맬 일이 없고, 생활은 아름다워졌다.
아기의 손이 닿을까 염려되는 블라인드 줄도 고민이었다. 묶어두자니 예쁘지가 않고, 늘어뜨리자니 위험해 보였다. 후크를 사용해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걸어두니 깔끔하고 안전해졌다. 작은 변화가 큰 만족감을 줬다.
4. 원터치 모아클립
이게 참, 작고 강한 녀석이랄까. 처음 살 때는 반신반의했다.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는데 많이 쓰일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은근히 쓰임새가 많았다.
입구를 열었다 다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펜을 보관하거나, 청소용 칫솔을 보관할 때 아주 유용하다. 특히 주방 벽면에 붙여놓은 메모판 옆에 클립을 이용해 펜을 걸어두니 급하게 전화통화 중에 생기는 메모거리, 장 볼 것들, 순간순간의 TO DO 리스트를 적기에 아주 좋다. "펜이 어딨지? 잠시만요!" 이런 아쉬운 양해의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5. 자석 후크
코로나가 한 창일 때는 현관 앞에서 마스크를 찾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늘 자석후크로 새 마스크를 걸어뒀다. 특히 신랑이 출근하다 말고 다시 집에 들어오는 횟수를 줄여준 아이템이었다.
이제는 후크도 시국에 맞게 용도 변경하여 주로 주방에서 열일을 하고 있다. 조리도구를 세척하고 나서 마를 동안 걸어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부착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이사 다니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녀석이다. 작지만 꽤 힘도 세서, 다른 걸이 용품보다 더 유용할 때가 많다. 특히 주방에서!
6. 압축봉과 미니수납함
사실 아이템의 위상으로 보면 압축봉이 여섯 번째에 있을 녀석은 아닌데 말이다. 현재 집에서 압축봉을 사용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니 6곳 정도 된다. 주방 창문 바로 앞, 하부장, 아이 옷장 등등. 분명 유용한 제품이기는 하나, '너무 애정한다'의 느낌은 아니라서. 이 아이는 이미 스몰이 아니고, 라지빅 정도 되는 것 같아서 후순위가 됐다. 정리 고수분들 보니 압축봉을 요술봉처럼 요리조리 잘 사용하더라. 놀라운 재능자들이다.
화장대 옆에 부착해 화장솜을 넣어두는 미니 수납함도 작지만 은근히 편리함을 주는 물건이라 압축봉에 끼워서 적어 본다.
7. 세숫대야 걸이
아이가 있다 보니 크고 작은 바가지, 세숫대야가 여럿이다. 이걸 겹쳐서 바닥에 두어도 애매하고 어디에 얹자니 떨어지기 일쑤였다. 화장실 정리는 이 걸이를 설치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작지만 큰 변화였다.
8. 전선정리함
널브러진 선을 정리할 때, 가전제품의 선이 꼬이지 않게 할 때 아주 요긴하다. 구역마다 하나씩 붙이기 때문에 여분으로 두 개 정도 구비해 두었다.
9. 막대 걸레 홀더
요즘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막대 걸레. 나 역시 정전기포나 물걸레를 붙여 자주 닦아주는데 창고 안에 기울여 세워두면 깔끔하지 않을뿐더러 창고문을 열었을 때 실신한 먹대를 주워 올려야 한다. 우리 집 막대 걸레는 총 2개. 중앙 팬트리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뽑아 쓰니 참말 편리하단 말이다. 홀더를 구매할 때는 부착력이 좋은 것을 최우선으로 할 것. 꼼꼼하게 후기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쓰라린 실패에서 우러나는 고백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1원도 새롭게 구매한 제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순도 100프로 우리 집 팬트리 두 번째 서랍에서 차출된 녀석들임을 밝힌다. 남편이 나에게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고 단언했던 이유도 일면 공감되는 순간이다. 이 스몰빅의 아이템들은 딱! 필요한 순간에 작은 수고로움으로 큰 편리함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기억할 것 또 한 가지. 하나씩 하나씩 소소하게 사 모으는 정리 아이템의 구매 비용이 매우 BIG 해질 수 있다는 점! 자기반성이자, 고백이자, 충언으로 매듭 한다.
작은 정리로 큰 변화를 얻는 하루가 되기를.
미미멀리스트들이 '스몰빅' 아이템으로 조금 더 편리해지기를. 어제보다 단정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대문사진: '스몰빅' -작은 성공을 반복하라. 제프헤이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