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정리 - 어린이 편
아이는 자란다. 아이가 무럭무럭 열심히 크면 아이들의 옷도 자란다. 계절과 해가 바뀔 때마다 길이와 품이 커지는 옷을 보면 아이가 훌쩍 성장했음을 실감한다. 아이의 숨냄새까지 담겨 있는 듯한 옷을 보면 아장 대던 걸음이 생각나 두 번, 세 번 매만진다. 아무리 짝퉁 미니멀이라도 미니멀 근처는 가며 살자는 게 생활의 신조인데 아이옷만은 버리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를 외동으로 8년간 키우면서 가장 줄이지 못한 게 아이 옷이었다고 고백한다. 혹시나 생길지 모를 둘째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냥 간직하고 싶었다.
첫째 도담이를 키울 때는 옷을 참 많이도 샀더랬다. 귀여워서 사고, 소재가 좋아 사고, 내년에 입힐 거라 고르다 보면 어느새 아이 옷이 한가득 손에 들려 있다. 정신줄을 찾아와야 할 시간이었다. 애는 어차피 금방 클 텐데!
그렇게 유별나게 첫째를 키우다 늦둥이 둘째가 태어났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터울이 너무 큰 우리 두 아이는 옷을 물려 입기는 어렵겠구나. 첫째의 옷들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물려줄 가치도, 팔 수도 없다는 것을. 작은 내복 하나까지 간직한 나의 미련을 놓아주기로 했다.
압축팩에 넣어 뒀던 첫째의 옷을 우르르 정리했다. 잘 세탁해 보관했던 겨울 외투 몇 가지만을 남기고 나머지와 이별했다. 이 비움이 추억과의 결별은 아님을 생각하면서. 여유 공간이 생기니 아쉬움보다는 개운함이 컸다.
물건은 비웠고, 식구가 늘었으니 이제 부지런히 정리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 집에는 11살과 3살의 두 아들이 사니까. 옷의 크기도, 정리 방법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어린이부터 시작이다.
11살의 옷장은 신비롭다. 저녁에 정리를 해 두면, 아침에 놀라울 정도로 너저분해 있단 말이다. 원인을 찾았다. 이유는 바로 사용자와 정리자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정리하고, 아이는 사용만 하니 한쪽은 끊임없이 정리를 반복하고, 반대쪽은 열심히 어지르는 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아이를 정리피플 초급단계에 입문시켜야겠다. 작년부터는 아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를 하고, 제자리를 찾아 넣을 수 있게 습관을 잡아주고 있다. 빨래가 다 되면 함께 개고, 각자의 옷장에 넣어 정리하는 것까지를 스스로 하게끔 연습하고 있다. 물론 엄마가 마무리로 살짝 조언해 줄지언정 전담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 엄마가 먼저 물건들의 자리와 정리법을 명확하게 안내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1. 상의는 옷걸이에, 바지는 바구니에
상의는 잘 구겨질뿐더러 아이가 직접 접는 게 서투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목 늘어짐도 없고 걸기도 쉬운 방법을 찾았다. 이 방법으로 하니 아이가 옷을 건답시고 쭉 잡아당겨 목이 늘어지는 일이 없어 좋았다. 바지는 바구니에 담되, 모든 바지를 바구니에 담을 필요는 없다. 가장 바깥쪽에 바구니를 두면 그 사이 간격만큼 바지를 더 정리해 넣을 수 있다. 북마크 같은 기능을 한달까.
2. 가로정리를 사랑한다.
가로로 쌓아서 올리는 것보다 가로로 정리할 때 훨씬 찾기 쉽고, 깔끔하다. 아이가 옷을 꺼내고 넣을 때도 덜 흐트러지는 장점이 있다. 양말도 속옷도 모두 가로로 정렬!
3. 작은 소품이 큰 역할을 하더라.
옷장 문 안쪽에 걸어둔 고리가 열일을 한다. 옷걸이에 옷을 걸 때도 사용되고, 내일 입을 티셔츠를 골라서 걸어둘 때도 사용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하교 후에 한 번쯤 더 입을 잠옷을 걸어두기에 아주 유용하다. 아침에 걸어두고 오후에 다시 입곤 한다. 문 안쪽마다 하나씩 붙어 있는 아주 착한 녀석이다.
4. 틈새 옷장도 잘 활용하자.
아이방 이불장 옆에 아주 작은 틈새 옷장이 있다. 많은 옷을 걸기엔 부족하지만 당장 올해 입는 겨울 외투 등을 걸어두기에는 딱이다. 속옷과 외투를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어 더 좋다. 이제 아이 옷을 예전처럼 많이 사지 않는다. 외투를 구매할 때도 적당한 것을, 제 사이즈로 사서 딱 예쁘게 한 해 (길어야 두 해) 동안 부지런히 입히고 미련을 두지 말 것! 터울이 큰 우리 집에서는 물려줌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둘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노선이 더 적합하다. 그리고 어차피, 막 입더라. 초등학생.
5. 버리기 전에 쓰임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
정리하면 꼭 출몰하는 짝 잃은 기러기. 양말 짝들을 모아두자. 손에 끼워 방충망도 한 번 닦고, 창틀도 한 번 슥삭 닦을 수 있다. 결국 이별하게 되더라도 야무지게 쓰임을 다하도록 활용해 보자. 다음 비 오는 날 너희를 손꾸락에 끼고 창틀을 청소할 테다. 어흥! 준비하라!
아이의 성별과 터울과 성향이 집집마다 제각각이라 이 정리가 만능이다!라고 강요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정리의 기본 방법과 추구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우리의 목표는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
정리피플 입문 2년 차. 아직 어리버리한 우리 도담이는 이제야 정리에 살짝 흥이 오르나 보다. 빨래를 개 놓으면 각자의 자리로 샥샥 잘 찾아 넣으니 말이다. 아직 모양새가 예쁘지 못해도 자리를 찾아 넣어둔다는 게 어딘가. 첫 단추는 끼운 느낌이다. 아이의 동선과 키, 주로 입는 옷 등을 고려하여 옷을 배치하는 것이 정리의 자발성을 키워주는 엄마의 배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어설픈 정리라도 성공했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 그렇게 아이는 또 한 걸음 커 가겠지.
오늘도 미니멀의 길은 멀지만, 미미한 정리의 끝에는 깔끔함이 남을지어다.
아이옷 정리 한 편으로는 아쉬워, 유아 편은 다음 회차에 나온다는 비밀. 놓치기 아깝다는 소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