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된 여행 19 : 오로라를 보기 좋은 시기를 알려줄게요
[꽃보다 청춘]의 아이슬란드 편 때문이었을까? 오로라 영접을 위해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염두에 뒀다가 아이슬란드로 급선회한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우리는 2017년 2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사람을 긴장시키는 입국 심사대 같은 건 아예 없었다. 대신 먹음직스러운 술들이 진열되어 있는 면세점이 우리를 유혹했다.
낯선 곳에서 밤은 걱정과 함께 깊어진다. 어두워진 가운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통에 술을 사야한다는 유혹을 누르고 어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무사히 숙소에 안착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레이캬비크 시내까지는 플라이버스(flybus)를 이용했다. 공항 인포메이션에서 플라이버스라고 말했더니 안내해 줬다.
레이캬비크 시내에 들어왔을 때, 우리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밤이 깊어지더라도 아까 그 공항 면세점에서 술을 샀어야 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의 알콜 섭취를 줄이기 위해 주세를 어마어마하게 매기고 판매도 제한하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2.0% 이상의 맥주를 팔지 않았고 낮은 도수인데도 너무 비싸다. 술을 사려면 술 전문점(Vínbúðin)에 가야 한다. 불행히도 술 전문점은 6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술꾼들은 유념하시길...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도착한 날짜가 2017년 2월 4일이었는데 음력으로 1월 8일이었다.
음력 날짜가 왜 중요할까? 오로라는 보름달이 뜨면 관측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나마 오로라 영접 확률을 높이려면 도착하자마자 오로라 관광을 시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느긋했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낼 아홉 밤 중에 하루는 볼 수 있으려니 했던 것이다. 달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기상 상황이 안 좋은 아이슬란드보다는 캐나다 쪽이 훨씬 좋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오로라를 영접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거의 실패했다. 찰나의 순간, 살짝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오로라를 목적으로 한 여행이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여행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그믐이 될 때까지 노르웨이의 오슬로와 베르겐, 스웨덴의 스톡홀름, 핀란드의 헬싱키를 여행하다가 핀란드의 킬로파로 날아갔다. (기차로 갔으니 날아간 건 아니지만 ㅎ)
킬로파는 박풀고갱이 검색하다가 알게 된 곳인데 숙소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킬로파의 오로라 얘기는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