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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Nov 01. 2023

오로라를 숙소에서 본다고?

잘 못 된 여행 20 : 핀란드 킬로파에서 원 없이 오로라를 보다

보름달이 뜨면 오로라 관측이 쉽지 않다는 것도 모른 채 레이캬비크 시내 관광부터 했다. 야속하게도 달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고...

그동안 여러 여행지를 다녔지만, 늘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담아내는 풍광이 더 그럴싸하다고 느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사진기가 다 담아낼 수 없다고 느낀 곳은 아이슬란드가 처음이었다. 레이캬비크 시내만 돌아다녀도 대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레이캬비크에서 본 풍경

레이캬비크 시내에 에어비엔비로 정한 숙소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Extreme Iceland라는 아이슬란드 현지투어 2박 3일 상품을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다. 오로라, 얼음동굴, 빙하 투어까지 포함된 상품이었다.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를 이틀 동안 비우는 것이 못내 돈이 아까웠지만, 박풀고갱이 편하게 다녀오자고 해서 마지못해 찬성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돈이 좀 아깝다. ㅎㅎ)

오로라는 빛이 많은 레이캬비크 시내에서는 만나기 힘들고, 빛이 없는 오지로 들어가야 영접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차로 몇 시간씩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2박 3일 투어에서는 오로라의 '오'도 구경하지 못했다. 게다가 얼음동굴도 기상악화로 못 들어갔다. 얼음동굴에 대해서는 환불을 받긴 했지만 오로라는 못 보더라도 환불은 안 된다고 애초부터 안내되어 있었다. 대실패였다.

아이슬란드의 빙하. 2017년에도 이미 지구온난화로 많이 녹아있었다.

이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3일밖에 남지 않았다. 급하게 현지 관광 안내소에서 당일 투어를 예약했다. 버스를 타고 오로라를 쫓아가는 상품이었는데, 차에서 오로라가 보일 거 같으면 기사님이 그쪽을 향해 마구 달려서 우리를 내려준다.

버스안에서 보이는 오로라 기미

그렇게 해서 본 오로라가 아래 사진들이다. 오로라를 찍기 위해 셔터 스피드와 노출은 미리 맞춰두었다. 여러 장이지만 눈으로 확인한 건 찰나였다. 너무나도 아쉬웠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시작된 여행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은 여정동안 최대한 오로라를 볼 수 있게 여행계획을 다시 짰다. 핀란드의 산타마을이라는 로바니에미까지 가서도 오로라 투어를 예약했지만, 결국 볼 수 없었다.


박풀고갱의 폭풍 검색으로 숙소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킬로파의 숙소를 예약했다. 그 근처에는 침대에서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숙소 천장이 유리로 된 럭셔리 숙소도 있다고 했다.

https://maps.app.goo.gl/3Z8s9BPBmXpUypqL6

킬로파는 오로라가 아니더라도 겨울 여행지로 최고였다. 숙소에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국립공원이었고 사방이 설국이었다. 스키만 들고나가면 스키장이었다. 숙소에서 스키 장비를 대여해 줬고, 국립공원 곳곳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스폿들이 있었다. 숙소에서 진행하는 오로라 무료 투어도 있다. 얼음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핀란드 식 사우나도 할 수 있었다. 

얼음 목욕과 사우나

오로라를 보려고 한다는 것은 영하 20도, 30도의 겨울밤에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바람이 없어서 한국처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잠이 들면 안 되기에 저녁 식사 때 술을 먹는 것도 자제해야 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킬로파에 도착한 지 이튿날 밤 드디어 오로라를 영접했다. 춤추는 오로라(오로라 댄싱)까지 보고 숙소에 들어와 보니 숙소 창문으로도 오로라가 보였다. 야호! 성공! 맘껏 축배를 들었다.

그날 오후에 우리가 숙소 근처를 산책할 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헬싱키에 있다는 그 대학생은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왔다고 했다. 도착한 바로 그날 오로라를 본 그 친구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운을 얻었는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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