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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Oct 02. 2022

킹 달러에 뉴욕 여행이라니 킹 받네

잘 못 된 여행 01

뉴욕 여행을 결심하고 살 떨리는 비행기 티켓팅을 마쳤을 때 원 달러 환율은 1,300원대였다. 그때가 7월 초였는데 9월이 되기도 전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뉴욕 가야 하는데 킹 달러라니 킹 받는 상황이 된 거다.


9.28~10.14 여정임에도 8월 말부터 환전을 시작했다. 배포가 컸다면 3천 달러 정도 바꿨을 건데,  언제나 그렇듯 소심한 인간의 불운은 소소하지만 잦은 후회로 이어진다. 외환 보유고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느 정도 달러 상승을 방어해줄 거라 기대 했는데 희망할수록 절망하게 되었다.


100~500달러씩 1,340원대에서 1,440원대까지 쪼잔하게 환전하면서 ‘아유, 좀 더 할 걸 그랬네’라는 후회를 거듭했다. ‘애초 3천 달러를 바꿨더라면 30만 원 정도 아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는 후회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가 당도한 느낌이었지만 뜻밖의 기쁨이 있었다. 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자 지인 몇몇이 이전 여행에서 남은 달러를 여행 자금으로 보태주었다.

따뜻했다. 

여행의 사소한 불운은 회복 잠재력이 높은 법. 이번 여행도 아주 잘 못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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