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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Jun 25. 2023

나이아가라폭포 뉴욕 현지 투어 상품

잘 못 된 여행 17 : 워싱턴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소심한 사람에게 여행이란 수양의 과정이다.

찰나에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는 경험이 잦기 때문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실수란 늘 돌이킬 수 없기에 회복 탄성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뉴욕을 여행지로 선택했을 때 나이아가라 폭포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뉴욕까지 간 김에 근처에 있다는 워싱턴 DC 에도 가보고 싶었다.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링컨 기념관 앞의 그 네모난 연못을 포레스트처럼 가로질러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맨하튼에서 출발하는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 5박 6일 여정으로 워싱턴 DC,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 몬트리올 그리고 퀘벡까지 다녀오는 상품이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여행을 할 때 이동거리가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서 현지에서 결합하는 투어 상품을 선택했고 꽤 만족했던 터였다.

백악관, 링컨기념관, 몬트리올

결과적으로 말하면 추천한다. 5박 중에 3박이 새벽 4시 기상이고 매일 짐을 풀고 싸야 하는 빡센 일정이지만 빡센 만큼 알찼다. 다시 찾기 힘든 곳이니 돈을 아끼다가는 똥이나 된다 싶어서 거의 모든 선택관광을 했는데 그중 나이아가라 폭포의 젯보트는 1인당 130달러나 하는 거금이었는데 실망이 컸다. 일행 중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아서인지 가이드가 예약한 것이 웻 보트가 아니라 드라이 보트였다. 그 좋은 자연환경을 두고 갑갑한 유리관 안에서 젖지도 않고 물놀이라니!!! 마스크 끼고 뽀뽀하는 것이나 똑같지 않은가.

전날 박풀고갱이 젯보트는 놀이기구 타는 거 같다는 후기를 어디서 읽고는 그건 하지 말자고 했는데, 막상 나이아가라 폭포에 딱 도착하고 보니, 저 물에 당장 뛰어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거금을 투자한 것이었는데... 젖지 않는 튜브 보트였다니!!! 환율이 달러당 1,400 원대였던 때라 속이 쓰렸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꽤 오랜 시간 후회가 밀려왔다.

젯보트 다음에 진행한 헬리콥터 투어에서 만회를 했어야 하는데 헬리콥터에서 바라보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너무 좋았지만 타자 마자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당시 사진을 보면 웃음에 근심이 묻어나 있다. (선글라스는 헬리콥터 조종사가 찾아줬다)

나이아가라 폭포

그다음 날, 상품에 포함되어 있어서 왠지 공짜처럼 느껴지는 크루즈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의 가까이 갔을 때 젯보트가 준 실망이 모두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찼다. 역시 폭포 물을 직접 보고 만져야 했다. 크루즈만 10번 더 타고 싶었다.

그때 사진을 훑어보니 지금 다시 또 가고 싶은 나이아가라 폭포!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에서 식사를 하며 나이아가라 폭포를 감상하는 상품까지 나이아가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모든 상업적인 방법을 다 섭렵한 후, 토론토와 퀘벡, 몬트리올로 넘어갔다.


뉴욕에서 아침을 먹을 때 '내 손님, 니 손님'이 따로 있어서 자리를 옮기려다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https://brunch.co.kr/@na-show-mon/140),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퀘벡에서 저녁식사는 상품에 포함되지 않고 자유식이라서 호텔 근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식당은 한산했고 우리는 야외를 선호하는 편이라 테라스 쪽 빈자리에 앉았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이라 배가 너무 고팠다. 꽤 기다렸는데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는다. 옆테이블에 주문을 받으러 온 점원을 불렀더니 입구에 가서 말하라고 하더니 휑하니 자기 볼일을 보러 가버렸다.

박풀고갱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하고 입구에 가서 서성였다. 온몸으로 '날 좀 보소'라고 텔레파시를 한참을 쏘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점원이 나를 발견했다. 나는 박풀고갱이 앉아 있는 쪽을 가리키며 (손님인 우리가) 저쪽에 앉아 있고, 주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점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뭐라고 뭐라고 말했는데 영어가 짧은 나는 가서 기다리라는 줄 알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도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도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배는 점점 더 고프고 황당했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같은 투어를 하는 일행이 보였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한국 출신 모자였던 터라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입구에서 웨이터를 배정받은 후 자리를 안내받아야 한다는 거다. 아놔, 밥 한 번 먹기 되게 힘드네.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하고 허겁지겁 고픈 배를 채웠다. 추가하고 싶은 음식과 음료가 있어서 지나가던 점원을 불렀더니 자기는 담당이 아니니 담당을 불러주겠다고 한다. 이런 건 보통 관공서에 민원을 넣을 때 벌어지는 일 아닌가...

생각해 보니 이것도 다 그 팁 때문인 거 같다. 지정된 웨이터가 계속 서비스를 해줘야 그 테이블에서 발생되는 팁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냥 엔빵 하면 안 되나)

우리의 좌충우돌을 내내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옆테이블의 백인 남성이었는데, 결국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왔어요?"

분명 한국말이었다. 왜 자꾸 우리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웃는 건가 했더니 한국을 좋아하는 워싱턴 출신 회사원이었다. 퀘벡에는 출장을 온 거고 동료 중에 한국인이 있다고 했다. 우리 이름을 물어보고 본인 이름도 말해줬는데... 그 이름은 까먹었다. 사진이라도 함께 찍어둘 걸...

우여곡절과... 좌충우돌과... 배고픔의 끝이 이상하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이런 게 여행의 맛 중에 하나지.

기분이 좋아져서 내 지정 웨이터에게 팁을 두둑히 줬다. (내 웨이터가 나를 기쁘게 해준 것은 아니지만서도...)

어둠이 내린 퀘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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