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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Oct 21. 2022

자유의 여신상, 무료 페리 or not?

잘 못 된 여행 06

뉴욕 여행을 한다니까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가는 무료 페리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무려 자유의 여신상에, 무료라니! 너무 솔깃했다.

그런데 박풀고갱에게는 다 야심이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헬기 투어냐, 유람선 투어냐, 둘 다냐를 고민했던 박풀고갱에게 무료 페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여행 경비 관리, 의사소통 외에 길 찾기와 일정은 박풀고갱에게 일임했으므로 군소리 없이 따를 수밖에.

그래, 살다 보면 시간이 더 없지, 돈이 더 없냐.

1인당 38,483원을 주고 뉴욕 자유의 여신상 & 엘리스 섬 유람선 상품을 한국에서 결제했고 예약 당일 선착장으로 가 큐알 코드로 입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을 들여 유람선을 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지상 최대인 뉴욕 물가에 비하면 4만 원도 안 되는 금액에 이런 눈 호강이라니!


날씨 운이 없는 편인데 자유의 여신상을 영접하는 날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적당한 구름과 밝은 햇살, 파란 하늘...

배를 타면 사람들이 선두로 몰리는데 선미에서 멀어져 가는 맨하튼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멀어져 가는 맨하튼

선두에 몰린 사람들의 관심이 흩어질 때쯤 선두로 옮겨 자유의 여신상을 관람하면 되는데, 리버티 섬이 가까워질수록 다가오는 자유의 여신상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뭐라고 이렇게 좋은지...

나름 할리우드 키드여서 좋아하는 영화들에서 보아왔던 여신상의 실물을 영접하는 기쁨은 오랜 기간의 동경이 현실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리버티 섬에 도착하면 무료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나눠준다. 한국어 서비스도 된다니까 줄을 안 설 수 없지. 우리 차례가 되어 창구 직원에게 "한국어요."라고 말했다.

창구 직원은 기기의 버튼을 조작하더니 "오케이, 오케이, 이탈리아어로 맞추면 되지?"

"아뇨, 한국어인데요."

"그래? 그럼 스페인어라는 거지?"

그제야 창구 직원의 눈을 쳐다보았는데 장난기가 가득했다.

무사히 한국어로 세팅된 오디오 가이드를 받고 섬을 돌았다.

따뜻한 햇살과 바람,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자유의 여신상의 색깔은 원래 황동색인데 자외선에 바래 초록색이 되었다고 한다.

자유의 여신상이 황동 색인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된다.(그보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쪽이랄까...)

오디오 가이드는 에펠탑을 설계한 에펠이 자유의 여신상도 설계했으며 프랑스에서 조각조각들을 배로 실어와 바람이 심한 리버티 섬에서 조립하는데 얼마가 걸렸으며... 블라블라 블라... 상세히 설명해준다.

리버티 섬 박물관의 전시물들

오디오 가이드를 나눠주는 창구 오른쪽에 리버티 섬 박물관이 있다.

여행지에서 화장실 위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곳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깨끗했고 최첨단 다이슨 수도꼭지와 핸드 드라이어 결합 제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리버티 섬 박물관은 꼭 들어가 봐야 하는 곳이었다. (사실 첨엔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고루함과 뻔함 때문에 화장실 외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박물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이뻤다.

그리고 박물관 로비에 있는 [Becoming Liberty]라는 참여형 비디오 아트가 볼 만하다. 게다가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준다.

로비에 터치 스크린 기둥들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서 출신 국가를 선택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이미지를 5개 선택하여 위로 쓸어 올려주면, 수 분 안에 로비 벽에 설치된 큰 스크린에 우리의 사진이 등장하며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로 모자이크 된다. 참여자들이 선택한 가치의 이미지들도 많이 선택받은 순서대로 등장하며 여신상 모자이크에 수렴된다.

100년 전 아메리칸드림을 품은 이민자들이 뉴욕항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그들을 맞이했던 자유의 여신상이 각국 관광객들의 이미지와 그들이 선택한 가치들로 모자이크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비디오 아트


추신. 리버티 섬에서 기념품 구입까지 마친 뒤, 엘리스 섬으로 향하는 다음 배를 탔다. 엘리스 섬은 이민자들이 입국 심사를 받았던 곳이다. 엘리스 섬까지 유람선 상품에 포함되어 있다. 엘리스 섬에서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스토리 텔링 방식이라 당시 뉴욕항으로 입국한 이민자들의 긴장감과 심장 두근거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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