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된 여행 05
빵 사이에 소세지 하나가 전부인 핫도그 한 개에 9천 원이 넘는 북유럽 물가를 경험한 터라 뉴욕 물가가 높댔자 얼마나 높겠냐 싶었다.
그런데 겪어보니, 손사래를 저으며 인정.
뉴욕은 단연 세계 최고 물가일 듯하다.
빌 브라이슨 식으로 말하면 맨하튼에 있는 호텔에 하루 묵으려면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
비지니스 호텔 1박에 50만 원 꼴이니, 극진한 대접과 화려한 음식까지 포함되어 있는 일본의 료칸 급이다.
체크 아웃을 할 때 객실 내 냉장고라도 뜯어가야 할 판이지 뭐람.
뉴욕 물건의 가격은 세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지불할 때 8.875% 의 세금이 추가되었다. 길거리 음식이라도 카드 기기가 갖춰진 곳은 현금으로 내도 세금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도착 첫날 한국 시간으로는 다음 날 새벽이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뉴욕을 느끼고 싶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갔다. (저질 체력으로는 욕심 내지 말고 호텔에서 쉬었어야 했다. 비행기에서 자긴 했지만 24시간 이상 깨어 있는 셈이라 몸은 좀비 상태로 천근만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영화에서 보아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로망이었기에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에 도착했다. 낮의 전망을 보고 난 후 밤이 되길 기다리는데 너무 피곤하고 배도 고팠다. 에펠탑처럼 전망대에서 술과 음식을 살 수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작은 쿠바 음식 스낵카 한 대가 전부였다.
빵 사이에 든 것도 별로 없는 버거 하나와 주스 한 잔에 10.80 달러(16,000원 정도). 주스를 받아 들고 밑동이 잘려나간 건 아닌지 눈을 의심했지만,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그것들이라도 먹고 나니 힘이 좀 났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야경 미션을 마치고 나니 피곤해서 어서라도 빨리 숙소로 들어가고 싶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 딤섬집을 갔는데 딤섬 두 광주리에 우동 한 그릇, 맥주 한 잔 가격이 60달러(9만 원 정도)였다. 웬만한 중국 요릿집 세트 가격에 맞먹는 수준 아닌가. 후덜덜.
콜라 한 캔, 물 한 병이 4~5천 원씩이니 과연 뉴욕 물가에 적응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