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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Oct 23. 2022

뉴욕 갔으면 뮤지컬은 봐줘야지

잘 못 된 여행 09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주인공 앤디가 아빠와 함께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간다. 허리케인이 몰려온 마이애미에 있는 미란다가 뉴욕행 비행기를 당장 구하라는 전화를 해댈 때이다. 생각해보니 아빠랑 딸이 함께 볼 뮤지컬로 [시카고]를 선택했다니 범상치 않다 싶기도 하네.


아무튼 우리도 [시카고]를 보러 갔다.

뉴욕과 런던을 여행한다면 뮤지컬은 꼭 봐줘야지. 기회가 있을 때 꼭 봐야 한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 [빌리 엘리엇]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보지 않았더니 그 후 런던에 갈 일이 2번 더 있었는데 더 이상 [빌리 엘리엇] 공연이 없어서, 보고 싶어도 못 보게 되었다. 볼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봐야 한다.


티켓은 좋은 자리를 보장한다는 구매 대행 서비스에서 1장에 130달러(약 19만 원)에 구입했다.

살다 보면 돈이 더 없냐, 시간이 더 없지.

기왕이면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어서 가장 비싼 오케스트라 석을 선택했다.

평일 공연이라 그런가. 좋아도 너무 좋은 자리로 배정받았다. 맨 앞줄 중앙.


당일 캐스팅은 벨마 역에 앰라 페이 라이트 (Amra-Faye Wright), 록시 역에 안젤리카 로스(Angelica Ross)였다. 두 사람 다 처음 본 배우들이지만 처음 벨마가 등장할 때부터 압도되었다.

맨 앞 줄이어서 배우의 몸을 보고 배우의 나이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에너지가 대단했다.(멀리서 봤다면 30대 후반이나 40대로 알았을 것이다.)

벨마 역의 앰라 페이 라이트와 록시 역의 안젤리카 로스 (흑백사진 출처 Broadway.com)

구글링 해보니 1960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63세!

너무 멋지다.

극 중 벨마의 나이대인 40대에 벨마 역을 시작해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2019년 인터뷰를 유튜브에서 찾았는데(https://youtu.be/xCciBmeg_0U) 극 중 벨마는 40대인데 본인은 그 나이를 지나 팔뚝 살도 늘어지고 목의 주름도 보일 건데, 보인다는 것은 그게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벨마의 (역할을 하며 내가 누렸던 모든) 영광과 늙어가는 것 등등이 벨마의 캐릭터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https://www.buffalocitytourism.co.za/post/our-people-amra-faye-wright

어른이다.


록시 역을 맡았던 안젤리카 로스는 흑인 여성으로, 찾아보니 우리가 공연을 봤던 2022년 9월부터 시카고에 합류한 모양이다. 브로드웨이에서 25년 장기 공연에 트랜스젠더가 캐스팅된 것은 공식적으로 처음이라고 한다.

https://www.today.com/popculture/popculture/angelica-ross-chicago-roxie-hart-rcna47192

영화로 [시카고]를 처음 접했기에 흑인 여성이 록시로 나와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극 중 역할을 찰떡까지 잘 소화했다.


[시카고]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주하기에 맨 앞줄은 그야말로 정말 코앞이다. 배우들의 침이 튀는 것도 다 보일 정도였는데, 무대 전체를 보려면 고개를 좌우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14시간 비행 후 바로 다음 날이라 피곤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영어를 다 알아듣기 힘들어서 약간 졸렸다. 영알못인 박풀고갱은 더 힘들었는지 눈을 오랫동안 감았다가 뜨기도 했다. 맨 앞줄이니 배우들이 알아볼까 봐 무대가 어두워질 때만 감고 있었다나.

2층(mezzanine)에서 봐도 좋을 듯하다. 다음 기회란 없겠지만 행여나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2층을 예매해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추신.  뉴욕에 간 김에 뮤지컬을 하나 더 봤다. [알라딘]

구매 대행업체에서 오케스트라석 1장에 147달러(약 22만 원)에 구입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뮤지컬이라 그런지 티켓값은 더 비쌌지만 앞에서 적당히 떨어진 좌석이 배정되었다.

[알라딘]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뮤지컬인 거 같다. 마술 쇼 요소도 있고, 특히 양탄자 장면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뮤지컬 극장에서 산 물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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