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가 걸어 다니며 먹는 이유

잘 못 된 여행 13

by 최리복주 박풀고갱

뉴욕이 배경인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길거리 푸드 트럭에서 핫도그를 사서 걸어 다니며 먹는 장면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뉴욕 여행을 가보니 과연 그랬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먹거나 길거리에 벤치에서, 좀 격식을 갖춘다면 공원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서 식사를 했다.


미국 직장은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고 한다.

미 연방의 공정근로기준법(FLSA;Fair Labor Standard Act)에 점심시간 규정이 없고, 기업에 따라 15~20분간의 중간 휴식시간이 있는데 한국의 대기시간처럼 통상 근로시간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주인공 앤디에게 선임 비서 에밀리가 "20분간 점심 먹고 올 테니 너는 나 다음에 15분 동안 먹고 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네티즌의 글을 보니 점심시간 없이 일하니 5시에 퇴근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미국 영화에서, 보스가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하면 주인공이 그날 바로 짐 싸서 나가는 장면을 자주 봤다. 볼 때마다 '저게 가능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은 가능하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해고 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법적 조항이 없다고 한다. 사용자는 사전 예고나 경고 등의 조치 없이 즉각 해고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단체교섭 중에 해고하거나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해고하면 불법이라고 한다.


뉴요커들이 걸어 다니며 먹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 더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식당에서 먹으면 드럽게 비싸고 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 듯하다.

햄버거 세트라도 서빙을 해주는 식당에서 둘이 먹으면 10만 원이 넘고 팁을 18% 이상 줘야 한다. 팁이란 본래 점원의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져 자발적으로 주는 것인데 영수증에 제안(suggested)이라고 쓰여 있긴 하지만 절대 제안이 아니다.

나머지 하나는, 길거리 음식이 더 맛있기 때문인 거 같다. 박풀고갱은 뉴욕에서 먹은 음식 중 옥수수가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가성비 탓일 수도 있는데, 뉴욕 물가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 싶은 거지, 구운 옥수수가 4 달러(약 6천 원), 군만두 12~15 달러(1만 8천 원~2만 2천 원), 할랄푸드 8~9 달러(약 1만 2천 원~1만 3천 원) 정도 한다.

길거리 음식이라도 랍스터 버거와 크랩버거는 한 개에 2만 원이 넘는다. 후덜덜.

뉴욕의 길거리에서 먹은 음식들. 맨 마지막 사진은 월 스트리트에서 본 길거리 카페인데 상단의 메뉴판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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