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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Oct 25. 2022

뉴욕은 화장실 지도가 필요하다고?

잘 못 된 여행 14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이다. 식당 야외 테이블에 막 자리를 잡고, 박풀고갱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데 점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점원은 손님이 아닌 줄 알고 길을 막았던 것이다. 유럽에서는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이라도 화장실 입구에 있는 청소 노동자에게 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기차역 화장실은 아예 지하철 역처럼 돈을 내야 통과할 수 있다. 현금이 없어도 괜찮다. 신용카드로 결제되니까.

북유럽 공중 화장실은 철저하게 요금을 부과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허허벌판에 있는 화장실인데도 카드 결제가 가능했으니까.

이용자가 내는 돈으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거니까 합리적이지만 이상하게 돈을 주고 볼 일을 보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유료 화장실이라도 있는 게 낫다.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화장실을 못 찾아 봉변을 당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으니까. 게다가 뱃살 무게 때문인지 점점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해서 여행 갈 때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다.


뉴욕 여행 전, 박풀고갱이 뉴욕 화장실 지도를 찾아줬다. 꼭 필요한 정보이긴 하지만 역대 어느 여행지에서 화장실 위치가 이렇게 중요했던가 싶어서 겁도 났다.

그런데 말입니다!

뉴욕에 가보니 화장실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되겠더라. 화장실 지도가 만들어진 것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많기 때문인 거 같다. 화장실 인심이 사나운 유럽과 딴판이었다. 도심 공원에서 공중화장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건물이나 상점에 들어가면 손쉽게 이용할 수도 있었다. 도날드 트럼프 건물에서도, 콜롬비아 대학교에서도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 음수대나 정수기가 있는 곳이 꽤 됐다. 수돗물이겠지만 공짜 물을 마실 수 있으니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병으로 받아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생수 한 병에 3~4천 원 하는 곳이니 그럴 법하지 않은가. 물을 많이 먹는 편이라 음수대가 보이면 나도 항상 물을 받았지. (짠순이가 아니라) 뉴요커처럼...


뉴욕에서 좀 신기하다고 느껴졌던 것은 '여기 들어가도 되나?' 싶은 장소인데, 들어가도 된다는 점이었다. 행여나 경비가 막지 않을까 싶어도 막지 않았다. 일단 막지는 않는다. "May I help you?"라고 물어보는 곳이 있긴 했다.

루즈벨트 섬에 있는 코넬대학교 건물에 들어갔을 때 리셉션 데스크에 있는 여성이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라고 묻길래 너무 솔직히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여성은 맞은편 건물에 카페테리아가 있으니 거길 이용하라고 친절히 알려줬다.


또 하나, 뉴욕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많은 점이 너무 맘에 들었다. 공원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것도 좋았다.

맨하튼 타임 스퀘어 근처에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는데, 깨끗하고 멀쩡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서 처음에는 식당을 이용해야 이용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뉴욕시에서 관리하는 모양으로 야밤의 일정 시간이 되면 공원의 출입을 금지를 시키고 의자와 테이블까지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뉴욕의 공중 서비스를 누리다 보니 뉴욕 물가가 센 것에 대해 너그러워지기도 하더라. 가격의 8.875%가 세금이니 우리 같은 관광객이 돈을 많이 쓸수록 세수도 커져서 그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공중 화장실과 브라이언트 파크
공중 화장실에 비치된 무료 탐폰, 화장실 앞의 정수기, 그리고 재치있는 문구 (탐폰과 정수기가 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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