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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복주 박풀고갱 Oct 23. 2022

뉴욕 양키즈 구장을 가다

잘 못 된 여행 12

야구를 전혀 모른다. 야구 만화와 야구 영화는 좋아한다. 야구를 알면 더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스포츠와는 좀처럼 친해지지 않더라. 그런데 뉴욕 양키즈 구장은 왜 갔냐고?

야구는 박풀고갱이 좀 안다. 박은 미국에 가는데 메이저 리그 구장에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야구장은 처음이라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해서 그러자 했다. 한국에서 대행사를 통해 1장당 29달러(약 4만 3천 원)에 입장권을 구매했다.


경기 당일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유독 뉴욕 양키즈 모자를 쓴 사람들이 많아서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구장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설마는 정말 사람을 잘 잡는다. 대부분이 우리와 함께 내렸다.

팬층이 정말 다양한 것 같았는데 부녀지간, 부자지간, 조부모와 손자 손녀로 보이는 일행들이 보기 좋았다. 야구하면 미국이라더니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스포츠인가 보다.

구장이 가까워지자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했는지 입장권을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도 보였다.

꽤 삼엄한 검문검색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맥주와 요깃거리를 샀는데, 맥주를 주문하니 캐셔가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단발머리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괜스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권을 보여줬다.


경기가 시작되자 3층에 있는 우리 자리로 가서 앉았는데, 내 옆에는 부부 사이인 걸로 추정되는 노년 커플과 친구로 보이는 남자분이 앉았다. 와이프로 추정되는 분은 나처럼 야구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경기의 진척이 있을 때마다 남자들끼리만 열심히 대화를 나눴는데 틈날 때마다 남편이 아내가 춥지 않은 지 지루하지는 않은 지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지만 양키즈 구장에서 양키즈 팬들과 함께 야구를 보니 나도 모르게 양키즈를 응원하고 있었다. 전광판도 양키즈 위주로 경기를 중계해서 다행히 눈치 없이 상대편을 응원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양키즈가 홈런을 한 번 때리긴 했지만 2대 1로 지고 있을 때, 숙소로 돌아갈 지하철을 못 탈까 봐 서둘러 기념품 점에 들러서 양키즈 모자를 하나 사고 구장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경기 결과를 알아보니 2대 1인 채로 경기는 끝났다고 한다. 야구장에서 거의 대부분이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던데 때마침 금요일 밤에 열린 경기라 그날 고주망태 된 양키즈 팬이 많았을 거 같다.


추신. 우리는 3층 좌석을 샀지만 1층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해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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