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싱어 송 라이터 03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오이도행 5 다시 3번 승강장에서
당신을 만났어요
당신이 지하철을 멈춘 시간 단 이십분
시민들이 용납 못할 불법이래요
나도 시민인데요
나는 용납합니다
그저 지하철 좀 타고 싶었을 뿐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을 뿐
당신은 휠체어바퀴가 닳도록
정치인을 찾아다녔지만
이십 년동안 외면 당해서
이십 분동안 멈춘 것일뿐
이십 년의 외면
이십 분의 지각
지각해도 괜찮아요
불편해도 괜찮아요
혼자 잘 살면 뭔 재민가요
다함께 출근하면 좋잖아요
이십 년의 외면
이십 분의 지각
※ 전국장애인차별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2021년 12월부터 1년 넘게) 장기화되자 언론은 시민들의 불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불만이 커진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루틴이었던 지하철 타기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수 없었다면? 그저 나처럼 아침에 지하철 타고 출근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 평범함이 평범할 수 없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거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게는 고작 지각이냐 아니냐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일상적으로 탈 수 있냐 마냐의 문제이니까... 그것도 전생애에 걸쳐... 그래서 노랫말을 써 봤다.
노래는 못하지만 노랫말을 만들고 싶어 쓴 가사들을 이 매거진에 올립니다.
누구든 이 가사들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 연락주세요~ hoftru@daum.net
[Verse]
이번달만 벌써 세번째 지각
살금살금 몰래 앉았는데
저멀리서 과장님이 부르는 소리
오늘은 왜 또 늦었나
[Verse 2]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오이도행 5 다시 3번 승강장에서
당신을 만났어요
당신이 지하철을 멈춘 시간
[Chorus]
단 이십분 시민들이 용납 못할
불법이래요 나도 시민인데요
나는 용납합니다
그저 지하철 좀 타고 싶었을 뿐
[Bridge]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을 뿐
당신은 왜 나를 기다리게 하나요
지각의 이유가 당신이라면
매일 늦어도 괜찮아
[Chorus]
단 이십분 시민들이 용납 못할
불법이래요 나도 시민인데요
나는 용납합니다
그저 지하철 좀 타고 싶었을 뿐
[Verse 3]
오늘도 지각했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
당신을 만난 그 시간
나에게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