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유일한 자취방
내 인생 유일한 자취방. 5평이 채 되지않는 일층과, 계단을 올라서면 그 반만한 공간이 나오는 복층 원룸. 한강과 양화대교가 훤히 보이는 통창. 내가 이런 멋진 한강뷰에 살아보다니, 이사를 오고도 몇 달은 창밖을 볼 때마다 믿기지 않아서 눈을 부볐던 곳.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강 앞의 나무는 핑크빛이 됐다가 초록빛이 됐다가 붉고 노래졌다가 하얗게 변했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의 전부인 창은 덜렁거리는 내가 비오는 날 우산을 잊고 나가지 않게 해줬고, 여름 아침에는 새벽부터 환하게 비추는 햇살과 올라가는 방 안의 온도가 알람도 없이 일어나게 했다.
정신없는 날에는 창밖에 한강이 보인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다가, 여유로운 날에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고속도로에서 기어가는 차들, 한강을 건너가는 지하철, 옥탑방에서 화분을 키우고 빨래를 하는 이웃들을 구경했다.
안방 1열에서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와 함께 멋진 불꽃놀이도 감상했다.
집에 오래 있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으며, 한시간이 훌쩍 넘는 먼 회사로 이직했을 때에도 이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 좀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 결혼이 살짝 아쉬울 정도였으니 뭐.
이 집을 처음 봤던 날부터 여기 살아야겠다 싶었다. 다음에 계약하겠다며 본가로 돌아가놓고 십분만에 아무래도 오늘 도장을 찍어야겠다고 아빠를 조르고 졸라 한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를 돌아갔다.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대출을 받고, 가구를 사고, 짐을 쌌다. 이삿날 아빠 차에 짐을 꽉꽉 눌러 담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작은 방안에서 가구 조립을 하고 짜장면을 먹던 게 훤한데. 첫 자취방이 생긴 게 신나서 모든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줬던 날들도 어제같은데.
독립을 해서 성장을 한 건지, 성장을 할 시기에 당연하게 독립을 한 건지, 무엇이 먼저인진 모르겠지만.
3년 전보다 아주 아주 조금은 더 어른이 되어서 나가는 것 같기도.
안녕 당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