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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ul 23. 2017

찌찌뽕

나도 같은 마음이야

날이 너무 덥고 답답해서 카페로 나왔다. 일도 하기 싫어서 농땡이도 피울 겸 영화 한 편 보려고 다운을 받고 있었다.

주말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시끄러웠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같은 목적을 위해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는 팀들도 있었다. 그런데 내 옆에는 젊은 여자 사람 2명이 앉았다. 
     
앉자마자 지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 
“너 살 안 쪘네~ 뭐야. 그대로네, 오히려 더 빠진 것 같다 야!!!”
“아니야, 내가 관절 아래로는 살이 없는데 관절 위로는 살이 이렇게 많아.”
“에이, 나 봐, 여기 팔뚝에 살이 좀 붙더라고. 아니 그것보다 나 종아리 수술 좀 할까 봐.”
“종아리 알 제거하게?”
“응.”
“그것보다 스트레칭해서 근육을 늘려봐~”
“그럴까?”


그 뒤로도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평가, 여행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 많은 주제들을 다양하게 하는 듯 하였다. (갑자기 p.s. 제가 일부로 사람들 얘기를 엿듣고 다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들리게 되고, 그냥 혼자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


나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혼자 생각했다. 
‘지금도 예쁜데, 이런 욕심쟁이들.’ 
     
그러고 나선 별생각 없이 나는 내 할 일에 다시 집중했다. 



오늘 선택한 영화는 ‘가족의 탄생’이었다. 

어렸을 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정신없는 영화로 치부를 했었다.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영화 중에 하나였다. 그러다 요즘 그 영화 속에 나온 공효진과 정유미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서 오늘의 영화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내 마음이 꾸물거렸다. 
    
영화를 보는 도중, 갑자기 나이가 들어감에 대해 기분 좋은 느낌도 받았다.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내가 그 찰나에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공효진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 된 내 상태를 느끼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빈번하게 생각을 하게 돼서 가능하게 된 일일 수도 있는데. 예전에는 시끄럽고 정신없으며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했던 공효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랬구나.’
     
그리고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공효진의 마음을 공감하게 되었고,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삶에 대해 같이 아파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함께 느끼며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를 보고 있는 지금의 나와 공효진이 각기 다른 존재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시공간을 넘어 공효진과 함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찰나.
얼마 전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상담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함에 따라,
배워야 하고 알아야 했기에
세상의 생리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어
세상에 대해 눈이 뜨이는 것을 속상해했던 
나의 한탄스러운 마음을 보상해주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분명 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다 더 어렸을 때 눈에 보이는 것에 더 열중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함께 쁘띠 성형(?) 같은 지방 분해 주사 같은 것도 맞아 본 적도 있고, 다이어트도 더 열심히 했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옷과 가방, 신발도 부지런히 사다 날랐다. 게다가 머리카락 색도 열심히 바꿔댔다. 
     
외적인 면들에 집중을 했던 시간들은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내면에 집중을 하고 지식을 쌓는데 더 많이 할애하게 되었다. 상담을 받고, 상담을 하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더 집중을 하게 되었고,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내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10년 전의 나보다 몸무게도 6-7kg이 더 쪘고, 옷도 더 자주 사지 않으며 머리 스타일에도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더 행복한 지 알고 싶어 했고, 찾으려고 노력했고, 결국엔 찾게 되었다.

사람들과 감정을 주고받을 때,
피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을 때 
진정한 즐거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주인공과 마음이 통했을 때, 
영화 주인공과 같은 마음을 공유했을 때 조차도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하물며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이를 입 밖으로 표현을 하여 서로의 귀에 들리도록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축복받은 일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소중한 시간을
소중한 찰나를
잊지말고
기억하며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부디
삶에 있어서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이따금씩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덧. 

나이가 들면서 하나 또 배우게 되는 것은 나와 상대방이 같은 시기에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퍽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매우 적은 확률에 당첨된 것이니 마음껏 즐기기를. ^^ 

또.
덧. 

우리는 늙어가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고, 나이가 드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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