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가여운 사람

사랑을 받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

by 박지선

집단상담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유형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손을 내밀어도, 그 존재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자신 스스로 외롭다고 울부짖고, 나는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며, 오히려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의 연구자들은 애착의 유형에 따라 타인의 반응에 대해 지각 및 인식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가정을 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 논문에서는 '안정애착, 회피 애착, 불안 애착' 이렇게 3가지 유형에 따라 상대방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얼마만큼 관심을 주고 위로받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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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착을 형성한 성인은 타인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거나 지지가 필요할 때 상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상대가 지지를 원할 때는 상대에게 위안이나 지지를 하며 그들이 심리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에 반해, 회피 애착의 성인들은 과거에 중요한 타자로부터 지속적으로 거부 및 거절을 당한 기억으로 인해 관계 안에서 정서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학습하였다. 따라서 친밀감을 주는 상황을 위혐적으로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상대가 요구할 때도 그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성향을 보인다. 연인과의 상호작용에서도 상대방이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반응을 보이는 횟수가 적고, 상대가 관심을 보이는 것조차도 인식을 잘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불안 애착은 상대에게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더 많은 안정감이나 친밀감을 느끼기를 원하고, 상대의 표현에 따라 다르게 반응을 하며, 상대방의 관심을 실제보다 더 적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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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는 101쌍의 커플들을 대상으로 3 종류의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였고, 그들의 주관적인 보고 외에 객관적인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 8명의 평정자들에게 그들의 대화가 녹화된 비디오를 보며 그들이 각각의 상대방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로 반응을 하는지 측정하도록 하였다. 이때의 대화 내용은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서로 지지해주는 의사소통보다는 긍정적이고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 상대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는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 결혼 만족도도 높아지고 관계의 안정성 또한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capitalization(자본화)'가 있는 상호작용 안에서 애착 유형의 따라 어떠한 반응들을 보이는지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자들은 연인 중 한 명이 불안 애착이고 다른 한 명이 회피 애착일 때 상반되는 동기와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의 질이 가장 떨어지고 서로 간의 관계 만족도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 결과,
연구자들이 예상한 것과 같이 커플 중,
불안 애착인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이에 대해 듣고-반응하는 사람이 회피 애착일 때
평정자가 측정한 '반응자의 반응성(responsiveness)'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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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회피 애착의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듣고-받응하는 사람이 불안 애착일 때
듣고-반응하는 사람(불안 애착)의 민감성(responsiveness)의 점수는
말하는 사람(회피 애착)이 측정한 점수와 평정자가 측정한 점수 간의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회피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불안 애착 유형인 연인의 반응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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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장면에서는 대부분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연구를 토대로 보자면 불안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반응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계속해서 의심하고 믿지 못하며 관계가 끊어지거나 상대가 자신을 거부하게 될까봐 끊임없이 걱정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이 오히려 상대를 피로하게 만들고 결국 그들의 예상대로 관계가 단절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믿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더라도 믿어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또한 회피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연인이나 타인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겠는데, 회피 애착의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들이 관계 내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혹은 관계를 맺어온 패턴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친밀한 정서를 교류하는 관계에 빠져들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들에게도 상대와 적응적으로 어울리며 살 수 있고, 상대가 정서적으로 충족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 배워가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집단상담이라는 안정한 환경에 참여하기도 한다. 집단상담 내에서는 내가 어떤 형태로 관계를 맺는지 알 수 있게 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분들을 가감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그렇게 획득한 지식이나 기술들을 안전하게 시도 및 연습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집단상담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 유보람님이 발표하신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Shallcross, S. L., Howland, M., Bemis, J., Simpson, J. A., & Frazier, P. (2011). Not 'capitalizing' on social capitalization interactions: the role of attachment insecurity.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25(1), 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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