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하다고요?
우리 흔히 말하는 우울증은 우울하고, 슬픈 기분이 들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공허하고, 무가치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짜증스러운 기분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이 지속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러한 우울증은 심리적 감기라고 하며 흔하게 볼 수 있는 심리적 장애의 한 종류인데, 이러한 우울증을 치료/극복하기 위해 원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이 되었다. 우울증을 야기하는 원인으로는 한 가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취약성(유전적 요인,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뇌 구조의 기능장애, 내분비계통인 호르몬의 이상 등)과 환경적 취약성(예, 부정적인 생활사건들 즉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사건들)과 심리적 취약성(신경증적 취약성이 높은 성격특성, 귀인 방식의 오류, 긍정적 강화의 상실과 결핍 등)이 언급되어 왔다. 생물학적 원인들은 약물로 치료를 하고, 환경적 어려움은 현실적으로 해결을 하며, 심리적인 취약성들은 인지(행동)이나 기타 심리치료를 통해 이 부분의 문제들이 해결이 된다면 과연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정서조절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는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어렵다고 이야기를 한다.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이란 현재 감정에서 다른 원하는 감정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정서조절의 결과는 원하는 정서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서를 변화시키는데 사용되는 전략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우울증과 관련된 이전 연구들은 정서조절 전략에만 초점을 맞춰왔고, 사람들이 어떤 정서를 느끼기를 원하는 것, 즉 욕구나 목적성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따라서 다음의 연구자들은 정서조절의 어려움이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우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궁극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는지(정서의 방향성), 그리고 그러한 정서를 느끼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는지 평가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혹은 수행을 잘 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도록, 혹은 자신의 일치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한다. 이러한 동기는 상황에 따라서 혹은 상대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나타내게 한다. 그러한 정서를 조절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향성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감정으로 향하도록 정서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화가 유발되는 행동들을 더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더 강한 화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사용한 정서조절 전략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상황 선택(situation selection)과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를 선택했다. 상황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을 선택하는 것이고, 인지적 재평가는 현재 느끼는 정서에서 다른 정서를 느끼기 위해 현재 상황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방법들은 자신이 느끼는 정서를 더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데 사용이 되는 전략이라고 한다.
우선, 본 논문에서는 3가지의 연구를 통해서 참가자들을 선별하여 우울한 사람들과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의 집단을 나누어서 그들이 자신이 느끼는 슬픔과 행복 중 어느 것을 더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지 그 방향성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참가자들 선발은 실험 2-3주 전에 온라인상으로 대학생 485명에게 자기 보고 형 간이 우울증상 평가 척도를 실시를 하여 이 척도를 기반으로 참가자들을 선별하였고, 그 이후에 심층 면접을 통해 주요 우울증 진단을 내려진 집단과 아닌 집단을 구분하였다.
연구 1에서는 사진 자극을 사용하였는데, 사용된 사진들은 국제 정서 사진 체계(IAPS, 2008)에서 분류한 슬픈 사진, 중립적인 사진, 행복한 사진 각각 10장을 선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사진을 무작위로 보게 되는데, 사진을 본 이후에 더 보고 싶으면 자신이 자판을 눌러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다음 참가자들은 그 사진들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평가했다(기분을 좋게 하는지 혹은 슬프게 하는지 9점 척도로 평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고 나서 참가자들은 그들이 일상에서는 슬픔과 행복을 얼마나 느끼기를 원하는지 7점 척도로 평가를 했다.
참가자들 모두 슬픔 사진보다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더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슬픔 사진에서는 우울한 사람들과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 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 결과 우울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슬픔을 유발하는 사진들을 보기를 더 선호하였고, 행복을 유발하는 사진들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우울한 참가자들과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 간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 2에서는 사진 대신 음악을 선택하였다. 이때 역시 각기 다른 정서를 유발하는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연구 1에서 발견한 결과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1과 다른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대학생 503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BDI-II; Beck et al., 1998)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요 우울증 진단이 내려질 만큼 우울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였다.
연구 결과 우울한 참가자들이 행복이나 중립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선택하는 비율에 비해 슬픔을 유발하는 음악을 듣기를 선택할 확률은 우울하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3에서는 대학생 788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BDI-II; Beck et al., 1998)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요 우울증 진단이 내려질 만큼 우울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였다. 그 이후 각기 다른 정서를 유발하는 사진들을 이용해서 참가자들이 현재 느끼는 정서가 무엇이고, 지금 느끼는 정서를 더 많이 느끼고 싶은지 혹은 더 적게 느끼고 싶은지 선택하게 하였다. 자신이 선택한 사진들(행복 사진 혹은 슬픔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슬픔 혹은 행복 둘 중의 어느 감정으로 조절하고 싶은지 선택하게 하여 인지적 재평가 전략을 사용하게 하였다. 그 이후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어떻게 재평가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1점부터 9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우울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슬픈 사진을 보면서 슬픔 감정을 증가시키기로 선택한다는 것이 나타났고, 우울한 참가자들과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 간의 인지적 재평가의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 나타났다.
즉, 우울한 사람들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우울감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슬프고 싶어서 슬픈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왜 우울한 사람들이 슬픈 정서를 더 느끼도록 동기화되는지 확인하지는 못 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슬퍼지기 위한 방향으로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자신만의 이득이 있지 않겠나 싶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자들에게 중요한 것이 우울한 사람들이 자신의 슬퍼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2차적인 이득들을 탐색하고, 혹은 그 정서에 안주하려는 이유를 탐색하는 것이 우울한 사람들이 자신의 우울한 정서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 허혜원님이 발표하신 다음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Millgram, Y., Joormann, J., Huppert, J., & Tamir, M. (2015). Sad as a matter of choice? Emotion-regulation golas in depression.Psychological science, 26(8), 121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