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부정적인 측면

공감을 하지 말라고요?

by 박지선
엄마가 더 힘들어할 거예요. 그래서 얘기 못 하겠어요.

이는 내가 상담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다. 상담에 와서 자신이 이번에 본 시험에서 불합격했다며 이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는 부모님은 어떻게 얘기하시냐고 물었더니, 그에 대한 답변으로 위와 같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밖에서 속상한 일을 겪고 엄마에게 달려가서 울면서 이야기를 한다.

' 엄마,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줘'

그 얘기를 들은 엄마는 아이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듯, 좌절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혼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리 아이가 아이들과 못 어울리는가 본데 이럴 땐 어떻게 하지?', '내가 어렸을 때처럼 내 아이도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서 속상해하면 어떻게 하지?',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좌절스럽다'. 와 같은 생각들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줄 여력도 없어 보인다. 이후에는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아이는 공감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엄마에게 잘못한 것 같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감정은 감추게 된다.


성인이든 아동이든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는데도 부모가 내 마음 상태에 대해 위로해줄 마음은 없고 부모 자신들이 더 힘들어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선뜻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 말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부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그러한 감정이나 욕구를 억누르게 된다. 이는 곧 부모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까지도 발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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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공감을 잘 해주는 부모가 좋은 것일까?

보편적으로 공감적인 부모들은 자녀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서적 공감을 많이 해서 자녀의 정서상태에 보다 가까워진다. 그런 상황에서 자녀는 안정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서적인 돌봄을 해야 하는 직업군들의 사람들이 대리 외상 및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는 것처럼 부모 또한 공감능력이 높을수록 자녀의 정서가 부정적일 경우 부모가 경험하는 심리적 부담감이나 고통이 증가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심리적 특성으로 여겨졌던 '공감능력'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선행연구들을 근거로 다음의 논문에서는 공감의 역할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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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142쌍의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설문지와 면역 관련 기능을 측정했다. 자녀에게는 그들이 느끼는 정서적 우울감과 그들이 느끼는 부모의 공감능력을 측정하였고, 부모들에게는 1년 후에 면역체계를 측정하였다. 그런 후, 부모의 공감능력과 자녀의 우울 정도가 1년 후의 부모의 면역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하였던 것이다.


연구자들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깊게 공감하는데, 그와 함께 심리적인 고통이나 부담감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들의 심리적 불편감은 신체의 생리적 반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면역체계에 대해 측정을 하였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이

공감능력이 뛰어난 부모일수록 자녀가 우울감을 느낄 때 면역체계의 문제가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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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연구의 결과에 대해 나는 약간의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연구자들이 측정한 공감이 건강한 측면의 공감이었냐는 것이다.


건강한 공감과 건강하지 않은 공감의 차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담을 할 때 중요한 것이 공감(empathy)과 동감(sympathy)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공감은 타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정서적으로는 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인지적으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에 반해 동감은 그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과몰입하게 되면서 타인과의 경계가 없어지는 태도를 말한다. 따라서 공감은 건강한 공감으로 긍정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지만, 동감은 건강하지 않은 공감으로 듣는 사람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감정들이 더 많은 것이고, 이럴 경우 말하는 입장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듣는 사람의 입장이나 감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역할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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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건강하지 못한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일까?


주로 자신의 심리적 상처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러한 경향성을 보이게 되는데, 타인의 상황에 내 입장을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는 상황마다 제대로 내 감정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꾸 그 남은 감정의 찌꺼기가 불씨가 되어 그와 비슷한 상황만 들어도 나의 해결되지 못한 옛 감정들이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은 절대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음식이 소화가 되려면 여러 기관들이 각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어떤 감정이 한 번 생기면 그 감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거쳐야만 하는 각각의 절차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과 친밀하면서도 독립적인 건강한 관계를 맺고, 상대와 내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공감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들이나 감정들을 먼저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공감을 하는 사람인 것 같은지.

한 번 생각해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자.








이 글은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 김미래님이 발표하신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Manczak., E. M., Basu, D., & Chen, E. (2014). The price of perspective taking: child depressive symptoms interact with parental empathy to predict immune functioning in parents. Psychological science, 4(3), 48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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